격차 줄이는 中 ‘AI 굴기’에 강경책으로 맞불

美기업 중국산 AI 접근 시 당국 허가 요구 추진

앤트로픽·오픈AI 독점 구조 심화 우려 제기

오픈소스 생태계 위축 가능성에 실리콘밸리 반발

중국 AI 모델 ‘키미 K3’. AP=연합뉴스.
중국 AI 모델 ‘키미 K3’.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중국산 인공지능(AI) 제품 사용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기술의 가파른 추격에 따른 안보 및 산업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지만, 미국 내 AI 과점 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업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정부가 중국산 AI 모델을 사용하는 미국 기업에 조달 규정을 적용하거나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지정하는 등 “느리지만 지속적인” 압박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거래제한 명단에 지정될 경우 미국 기업이 중국산 AI에 접근하려면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해 사실상 차단 효과를 낳는다.

이 같은 기류 배경에는 중국 AI 기술의 빠른 성장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중국 스타트업 문샷이 저가·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인 ‘키미(Kimi) K3’를 선보이는 등 미국과의 기술 및 가격 경쟁력 격차를 급격히 줄이자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소식통들은 중국 AI 모델의 잠재적 보안 취약성과 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부각해 기업들의 자체적인 사용 자제를 유도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미 정부는 보안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묻는 행정명령이나 공급망 보호를 명목으로 한 규제 등을 검토했으나,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저해한다’는 반대론에 부딪혀 추진이 유보된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 ‘안보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국의 ‘AI 굴기’가 가속화되면서 강경한 접근금지론이 다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이번 조치는 중국에 맞서 미국 중심의 오픈소스 AI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일각에서는 앤트로픽, 오픈AI 등 폐쇄형 AI 시장을 주도하는 거대 공룡 기업들의 독점 체제만 공고히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색스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날 “과점 체제를 구축한 두 폐쇄형 AI 연구소들이 정부가 자신들의 개방형(오픈소스) 경쟁자들을 제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개방형 경쟁의 가치를 인정하는 실리콘밸리의 절대다수 기업이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인 소수 이익집단이 규제 당국을 포획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바꾸는 ‘규제 포획’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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