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만나 정부 구성 요청받고 다우닝가서 제59대 총리 취임 연설

“40년 만의 최대 변화” 선언… 지방분권·공공성 강화로 국정 쇄신 박차

취임 직후 트럼프·젤렌스키와 연쇄 통화… G20 개최지로 맨체스터 제안

“정치에 신물 난 국민 숨통 트여주겠다”… 연내 10년 계획 발표 예고

20일 취임한 버넘 총리와 부인 마리프란서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20일 취임한 버넘 총리와 부인 마리프란서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키어 스타머 체제의 뒤를 이어 영국 국정을 책임질 제59대 총리로 노동당의 앤디 버넘(56) 대표가 취임했다. 2016년 브렉시트(EU 탈퇴) 결정 이후 계속된 정국 혼란 속에서 10년 만에 등장한 일곱 번째 총이자, 2024년 7월 노동당 집권 이후 두 번째 총리다.

버넘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예방하고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받으며 임기를 시작했다. 이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 선 그는 취임 첫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정 쇄신 의지를 명확히 했다.

버넘 총리는 연설에서 “지금은 자성과 새로운 결의의 시간”이라며 “영국은 안정성을 되찾을 수 있단 걸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며 “우리는 충분히 잘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래야 하며 앞으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자성했다.

그는 현 상황을 ‘서킷브레이커의 순간’으로 규정하며 “40년 만의 최대 변화를 가져와야 할 순간이며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모델의 순간”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연내 10년 계획을 내놓겠다”며 “출신지나 지지 정당과 관계 없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영국으로 가는 경로를 펼쳐놓겠다”고 공언했다.

국정 운영 방향으로는 지방 분권과 주요 필수가치의 공공성 강화를 핵심으로 제시했다. 정치적 중앙집권화와 경제 권력의 민영화를 주요 문제점으로 꼽은 그는 공공 조달을 활용한 재산업화와 공공주택 확충, 노숙 근절, 청년층 교육·정신건강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국민의 숨통을 트여주겠다. 생활비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며 공공주택 건설이 복지예산 절감과 재정 규칙 준수, 국방비 증액 약속을 동시에 이행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구체적인 조각 명단이나 개별 정책을 즉각 공개하진 않았으나,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사람들이 빨리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조치를 이행하되 재정적 신중함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외교 행보도 즉각 시작됐다. 버넘 총리는 취임 직후 해외 정상 중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통화에서 국방 안보 공약을 재확인한 그는 호르무즈 해협 내 해운 안전 확보를 위한 영국의 노력을 설명하고 중동 정세를 논의했다. 또한 내년 영국이 의장국을 맡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맨체스터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을 제안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사태에 대한 소극적 지원을 이유로 키어 스타머 전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이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며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 등 향후 협력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주요 국 지도자들도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협력 강화를 기대했다.

한편, 직전까지 국정을 이끈 키어 스타머 전 총리는 버킹엄궁을 찾아 사임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총리실 앞에서 짧은 퇴임 연설을 가졌다. 스타머 전 총리는 “영국은 2년 전보다 더 강하고 공정해졌다”고 평가하며 “내 일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후임 버넘 총리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함과 동시에 “적들이 우리의 덕목들을 이유로 우리를 분열하려 앞뒤를 가리지 않는 세상에 직면해 있다”며 “영국의 위대함을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는 당부를 남겼다.

권순욱 기자(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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