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차관급)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면 조사·공문 요청 자제 지시…‘윗선’ 개입 수사 본격화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병호 감사원 감사위원이 20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이종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유 위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앞서 유 위원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위원은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감사 결과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이전했다. 이후 공사 업체 선정과 공사비 집행 등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고, 참여연대 등의 국민감사 청구로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원은 약 2년간의 감사 끝에 지난해 9월 감사보고서를 발표했지만 논란이 됐던 공사 업체 선정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아 ‘봐주기 감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유 위원이 감사단에 조사 방식과 자료 요구 절차 등에 대한 이른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감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단이 공사 업체인 21그램 등 관계자들에 대한 대면조사를 추진했지만 유 위원이 이를 철회시키고 서면조사로 전환하도록 했으며 대통령실 자료는 공문 대신 구두로 요청하고 대통령실 관계자에 대한 대면조사를 자제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이러한 행위가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을 남용해 감사단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을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감사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공사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인테리어 업체인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를 가진 원담종합건설에 증축 공사를 맡겨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기재됐지만, 특검팀은 실제로는 21그램이 공사 전반을 총괄했음에도 이를 숨긴 채 인테리어 공사만 담당한 것처럼 보고서가 작성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유 위원이 대통령실과 소통하며 감사에 개입했고 대통령실의 요구를 받아 감사단에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유 위원은 특검이 문제 삼는 상당수 사안은 자신의 후임 사무총장 재직 시기에 발생한 일이라며 감사는 모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검은 구속 상태에서 유 위원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오는 22일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유 위원은 특검 출범 이후 구속된 일곱 번째 피의자다. 최근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제기됐던 수사력 논란도 이번 영장 발부로 일정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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