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 대변인 “중재자 제안 수령했다” 확인

‘카타르, 美-이란 10일 휴전안 제시’ 부인 안해

“며칠간 외교기구 활발…중재자들 노력 분명해”

‘트럼프 협상하자면 무조건 돌아가냐’ 비아냥엔

“외교↔전쟁 이분법, 도움 안돼” 강경파 겨눈듯

전면전 우려엔 “주변국 원한 없어, 확전 美책임”

‘쿠바에 이란 드론·군사고문’ 美 지적엔 “거짓”

‘사우디 공격=레드라인’ 파키스탄 통첩도 부인

종전 양해각서(MoU) 합의 이후 60일 협상 국면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이란 군사충돌이 격화한 가운데, 이란 외무부는 중재국 카타르로부터 ‘10일 휴전’ 등을 제안받았다고 확인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는 모습이다. 핵심 중재국 파키스탄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가 전해졌단 보도엔 일단 부인하고 있다.

대미(對美) 협상 원천 거부와 전쟁을 지향하는 강경파 주장엔 “우리 외교관들도 (미사일)발사대 뒤에 서 있는 조국수호자들 만큼이나 지지와 방어를 받을 자격이 있다”며 ‘국익 수호’가 공동목표라고 내세우고, 협상팀 지지를 호소했다. 휴전 파기까진 원치 않는 셈이다. 그러나 전면전 확대 우려엔 미국에 군사기지 등을 제공하는 주변국 책임으로 돌렸다.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최근 카타르를 찾아 외무장관 간 회담한 가운데 ‘카타르가 이란-미국 간 10일 휴전안 등 이니셔티브를 제시했는지’ 질문에 “중재자들이 활동하고 있고,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 사실 자체는 분명하다”고 답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 사진]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 [이란 국영 IRNA 통신 보도 사진]

바가이 대변인은 “중재자들을 통해 제기된 제안들은 우리에게 전달됐고 우리는 그걸 수령했다”면서도 자국 취재진에게 “지금 이 시점 그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최근 며칠 동안 외교 기구가 활발히 움직여왔고, 일부 중재자로부터 이란 이슬람공화국에 여러 아이디어들이 전달됐다는 사실은 확인된다”고 재차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을 다시 요청하면 무조건적으로 양해각서로 되돌아가느냐’는 불만조의 질문엔 “‘외교(협상) 아니면 전쟁’이란 이분법을 고집하는 건 우리나라에 도움되지 않는다”며 “질문에 나온 포인트는 협상을 기만의 도구로 본다는 것이다. 왜 여러분은 협상이 압박과 위협의 도구가 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치세력에 전쟁파와 평화파가 있느냐’는 취지의 물음엔 “저는 이란 사람 가운데 누군가를 진정한 의미의 ‘전쟁광’으로 알고 있지 않다. 우리 국민은 평화를 사랑한다”면서 “전쟁을 환영하는 이라면 그들은 건전한 본성도 이성도 갖추지 못한 이들이며 이번 전쟁 역시 바로 그들의 행위의 결과”라고 했다. 전쟁 발발을 미국 책임으로 돌리되 호전파도 견제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바가이 대변인은 ‘최근 미국의 공격이 이란의 대응 능력에 영향을 줬는지’ 질문엔 “그 어떤 상처도, 이란같은 나라가 국민의 국가주권과 존엄을 방어하는데 유화책을 쓰게 만들지 못한다”며 “우리 인프라에 타격을 주고 이란인을 살해하고 병원들에 피해를 줌으로써, 이란의 방어 의지와 결심을 조금이라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단연코 아니다”고 답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남부 회랑에 대한 입장(오만 측 통항 금지)을 명확히 했는데 오만이나 중재자들이 대안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선 “(양해각서) 제5조를 근거삼지 않더라도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으로서 권리를 갖고 있다”며 이란·오만 두 연안국 협의아래 “우리가 이익과 주권을 확실히 행사하기로 굳게 결심하고 있단 점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이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을 탈퇴하고 핵무장을 검토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는지’ 질문엔 “현재로선 우리는 여전히 NPT 회원국으로 남아있으며 이 분야에서 우리의 의무를 알고 있고 우리의 기대를 매우 진지하게 표명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2년 8월 촬영된 다르코빈 원자력발전소 부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연합뉴스]
2022년 8월 촬영된 다르코빈 원자력발전소 부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연합뉴스]

그러면서 전날(19일) 이란 후제스탄 주에서 건설 중인 다르호빈(다르코빈) 원자력발전소 부지가 미군 미사일에 피격한 것으로 화제를 돌려 “비확산과 관련된 모든 국제법 원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해 국제사회에 규탄받아야 한다”고 했다. 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에 대해 “이번 미국의 범죄를 명백히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하길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최근 요르단까지 ‘이웃 국가 미군기지와 교전을 확대하다가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에 대해선 “교전 확대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며 “우리는 그 어떤 역내 국가와도 적대감이나 원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되풀이했다. 또 인근국들이 미군의 영토·역량 사용을 막아야 한다며 “대이란 범죄와 군사적 공격이 계속되는 한 당연히 우리 무장세력도 이에 대응한다”고 했다.

중국·러시아 주도의 안보·경제 협의체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 회의가 오는 23~24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리는 가운데, 바가인 대변인은 “SCO 회원국과 참관국 자격으로 참석할 여러 나라의 외무장관들과 회담을 나눌 기회”라며 참석에 무게를 뒀다. 우선 23일 테헤란에서 알리 알자이드 이라크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SCO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미국 당국자들이 쿠바에 이란 군사고문들이 파견됐고, 이란제 드론이 쿠바에서 목격됐다며 두 나라를 압박하려 할 것’이라는 취지의 물음엔 “그들(미국) 자신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부인하면서도 “우리는 쿠바에 대한 압박·제재와 경제적 배제를 규탄한다”며 “모든 구실은 단지 (미국이) 쿠바에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일뿐”이라고 강변했다.

최근 중재국인 파키스탄 군과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 대상의 모든 공격은 파키스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레드라인을 이란 최고지도부에 통첩했단 로이터 통신 보도에 관해선 “아니다”고 짧게 부인했다. 다만 에스칸데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이 이날 파키스탄을 방문해 모신 나크비 내무장관과 내무 관련 분야에서 대화·협의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미 동부 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필리핀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의 및 기타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AP=연합뉴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9일(미 동부 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필리핀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루비오 장관은 아세안(ASEAN) 외교장관 회의 및 기타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출국했다. [AP=연합뉴스]

한편 최근 교전 재개후 미군 총 4명이 전사한 가운데 미 중부사령부는 19일(미 동부 현지시간) 오후 10시로 9일째 대(對)이란 야간 공습을 마쳤다고 알렸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군사 지휘 센터, 방공 및 해안 감시 시설, 해상 능력, 미사일 및 드론 발사 기지, 통신망 등을 표적으로 공격해 호르무즈 해협 민간 상선에 대한 공격능력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무장관 회의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하기에 앞서, 전날 이라크 미군 1명 추가 사망에 대해 “군이 하는 일 중 안전한 것은 없다”며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과 협상 관련 “미국은 언제나 외교적 해법에 열려(준비돼) 있다”며 대화를 계속 시도했고 앞으로도 시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적어도 이란 내 일부 인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고 세계에 지렛대로 쥐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며 “다른 나라들도 그 부담을 나눠서 지도록 돕기 위해 장비든 자금이든 나서서 제공하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루비오 장관의 ‘외교 준비’ 발언에 관해 “미국이 말하는 외교의 의미는 강요·위협·협박·제재”라며 “그들이 이런 기조 속에 있고, 이란 국민에게 자신의 요구를 강요하려 하는 한 반드시 상응하는 형태로 대응할 것”이라고 여전히 경계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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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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