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근무했던 경기 광주시 모 병원 앞서 추모재

지난해 3월 병원을 퇴사한 뒤, 노동 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가, 지난 6월 2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강수빈씨 49재. [조계종 제공]
지난해 3월 병원을 퇴사한 뒤, 노동 당국에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가, 지난 6월 2일 숨진 채 발견된 고(故) 강수빈씨 49재. [조계종 제공]

지난해 다니던 병원을 퇴사한 뒤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 피해를 호소하며 노동 당국에 신고했다가 경미한 ‘훈계’ 처분에 그치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강수빈(27) 간호사의 49재가 20일 강 씨가 근무했던 경기 광주시의 모 병원 앞에서 엄수됐다.

유가족을 비롯해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와 종교·사회·노동계가 연대한 시민지원단 등이 참석한 49재는 추모 의식과 헌화, 위패를 태우는 소지 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유족은 이날 “가해자의 간호사 면허를 반드시 취소해달라.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이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고인의 명예 회복과 함께 의료 현장의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뜻을 밝혔다.

강씨는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반복적인 폭언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태움’에 시달리다가 지난해 3월 해당 병원을 퇴사했고, 이후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노동 당국은 당시 일부 괴롭힘 피해를 인정했지만, 병원 측은 가해자에게 ‘훈계’ 처분을 내리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업계의 고질적인 악습인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표현에서 유래한 은어로, 교육을 명분으로 폭언과 모욕, 따돌림 등을 반복하는 행위다. 지난 2018년 이후 강 간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8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고 박선욱 씨, 2019년 서울의료원 간호사 고 서지윤 씨에 이어 2021년에는 의정부을지대병원 신입 간호사가 선배 간호사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해 대한간호협회가 공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보면 간호사의 50.8%가 최근 1년간 폭언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선임 간호사(53.3%), 의사(52.8%), 환자 및 보호자(43.0%) 등의 순이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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