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생산금융 구호속 반대 흐름
中企연체율 2015년 이후 가장 높아
건전성지표 악화에 대출문 좁아져
중기 대출 1.7조 ↓ 대기업 5조 ↑
회사채 금리 뛰자 대기업 은행으로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내걸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은 높아지고 있다. 내수 침체로 연체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반면, 회사채 금리 급등으로 조달비용이 커진 우량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반도체 호황 이면의 'K자형 양극화'가 금융시장으로 번지며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682조7203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7368억원(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은 190조3641억원으로 4조9285억원(2.7%) 늘었다. 정부가 중소기업으로 자금을 돌리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도 실제 은행 대출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인 셈이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 수요를 키운 요인 중 하나는 회사채 금리 상승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등급 무보증 공모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중순 연 2.944%에서 이달 14일 4.594%로 1.65%포인트(p) 뛰며 2023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우량 대기업조차 회사채 시장에서 돈을 구하려면 4%대 중반의 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은행 대출금리는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으로 회사채보다 최대 1%p가량 낮다. 고금리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만기 물량을 갚기보다 은행 대출을 활용하는 편이 유리해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정작 자금이 더 절실한 중소기업의 조달 여건이 한층 팍팍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부진과 중동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생존을 위한 운전자금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대기업의 은행 차입 수요까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수요지수는 25로 전분기 22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가 커지는 것과 달리 은행의 대출태도는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3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 11에서 0으로 떨어졌다. 2분기에는 대출태도를 다소 완화했지만 3분기에는 추가 완화 없이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빠진 건전성 지표다. 지난 5월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3월 말보다 0.19%p 올라 2015년 5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도 0.22%에서 0.27%로 올랐지만 중소기업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에 정부가 포용금융을 주문하더라도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과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은행 대출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경영 상황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라며 "금융회사 역시 수익성과 부실률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포용금융만 앞세워 대출 확대를 강제할 수는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내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매출이 곧바로 타격을 받는데 실질임금이 정체되고 중·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는 내수가 살아나기 어렵고 매출이 감소한 중소기업의 상환 능력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금융회사에 대출 확대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가계의 소득과 소비 여력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매출과 경쟁력을 살릴 정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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