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과정의 투명한 공개 요구

빅테크의 급격한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직면한 미국 전역의 주민들이 대규모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20일(현지시간)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전역 42개 주 142개 지역에서 AI 인프라 확장에 항의하는 대규모 연쇄 시위가 진행됐다. 지난 1년간 데이터센터 확장이 지역 정치를 뒤흔드는 최대 갈등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에 맞선 조직적 저항이 전국 규모로 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위는 미국의 과거 보수 성향 대중주의 운동인 ‘티파티’의 핵심 인사가 공동 설립한 시민단체 ‘휴먼스퍼스트’의 주도로 열렸다. 이들은 현재의 데이터센터 무분별한 증설을 강하게 규탄했다.

버지니아주 프레더릭스버그 시위에서 한 청년은 “우리에겐 데이터가 아니라 물이 필요하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는 “조지아 주민들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건립에 투표한 적이 없다”며 밀실 행정을 비판하는 집회가 열렸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확장을 둘러싼 반발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대중적인 연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6월 진행된 로이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특히 메타,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AI 데이터센터를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짓는 것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단 14%에 그쳤다. 휴먼스퍼스트의 공동 설립자인 에이미 크레머는 “주민들은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동네에 ‘괴물 같은 건물’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뿐”이라며 “데이터센터 문제가 향후 미 중간 선거와 대선의 명확한 결정적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위는 공화당 텃밭과 민주당 강세 지역을 가리지 않고 미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데이터센터 개발의 중심지이자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주에서 미국 내 가장 많은 18건의 시위가 열렸고, 격전지인 조지아주(11건), 민주당 강세인 캘리포니아주(8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시위대와 지역 활동가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우려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다.

대표적으로 캘리포니아주에 건설되고 있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콜로라도강에서 연간 2억6000만 갤런(약 9억8400만ℓ)에 달하는 물을 쓰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위 참여 단체들은 빅테크와 개발사들을 향해 개발 과정의 투명한 공개 천연자원 및 지역 환경 보호 지역 주민을 위한 노조 일자리 창출 약속 미이행 시 책임 추궁 장치 마련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는 진화에 나서고 있다. ‘데이터 센터 연합’의 조시 레비 회장은 “업계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주민과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지역 사회를 저해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강화할 수 있도록 정책 입안자 및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데이터센터의 실제 수자원 소비량이 타 산업군에 비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주민들의 거센 조직적 저항이 맞부딪치면서, 이 문제가 향후 미국 정치·경제계의 새로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에 위치한 디지털리얼티의 데이터센터.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애시번에 위치한 디지털리얼티의 데이터센터. 로이터.연합뉴스.
강민성 기자(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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