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단일상품 ‘12조’ 거래

예탁금·수량, 변동성 제어 한계

단기처방 아닌 구조 개선 필요

민주당, 금감원과 정책 간담회

국힘, 정부 ‘상폐불가’ 발언 공세

블룸버그 “李, 정치 시험대 올라”

금융 당국이 지난 16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진입 문턱을 대폭 높이는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급기야 여당이 20일 금융당국을 불러 강력한 모니터링과 함께 추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보완책을 발표한 후 첫 거래인 이날도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를 뒤흔들었다. 일각에서는 ‘상장 폐지’외에 백약이 무효라는 극단론까지 나온다.

◇거래대금, 여전히 12조원 넘어

금융 당국의 보완책이 발표된 후 첫 거래일인 이날 코스피의 극한 변동성이 이어졌다.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보다 4.46%(304.33포인트) 빠진 6516.2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60%(177.02포인트) 내린 6643.58로 시작한 뒤 오전 중 낙폭을 축소해 6814.86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하락 폭을 확대했다.

장중 지수가 급락하며 오전 11시21분쯤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로써 코스피에서 올들어 20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나왔다. 매수(18번)까지 합치면 올해 코스피에서 38번째 사이드카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도를 5분간 멈춰 변동성을 낮추는 장치다. 코스피200 선물이 5%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발동된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인버스 2종 포함)의 거래대금은 12조3264억원으로 집계됐다. 16일 장 마감 후 보완대책이 나오면서 거래량이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발표 당일 거래대금은 12조1674억원이었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맞물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빨아들였지만, 반도체주 급락과 함께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코스피는 16일 기준 6월 22일 고점(9114.55포인트) 대비 약 25%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이 반도체주의 주가 등락을 증폭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도체 대형주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이 상승과 하락을 모두 확대하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정부는 다음날 경제부총리 주재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과 마케팅을 제한하고, 기본 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고 매매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높이는 등의 내용이다. 기본 예탁금 상향 조치는 다음달 중에, 매매수량 단위 변경은 증권사별 전산개발 시간을 고려해 11월 중에 각각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 당국의 보완책에도 증시의 변동성이 잡히지 않으며 규제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상품 구조상 발생하는 기계적 매물 폭탄을 규제만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계 글로벌 금융그룹 BNP파리바는 “이번 조치는 단기 변동성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라며 “장기 자금 유입을 유도하려면 시장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시장 넘어 정치권으로 논란 확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금융위와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관계부처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한 후 나흘 만이다. 정무위 의원들은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추가 대책도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국회와 긴밀한 소통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집중공세에 나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삼전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참사’에 대해 궤변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국민 상대로 주식 리딩방을 운영한 꼴”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주식시장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의지를 가장 먼저 인사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상품 도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정책실장은 “상품 시장이 10조원 이상으로 형성됐는데, 상장이 폐지되면 그 자체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며 “상장폐지는 사실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코스피 5000’ 돌파를 이끌며 한국 증시 부양 정책을 추진해 온 이 대통령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후폭풍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의 가장 주목받는 혁신으로 평가받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이제는 이 대통령의 골칫거리(headache)로 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미정·김지영·윤상호 기자 mj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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