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내각 지지율이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 언론은 여성의 왕위 승계 가능성을 배제하는 내용으로 ‘황실전범’을 개정한 것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개정된 황실전범은 옛 왕족의 남계 남성을 왕실 양자로 들인 뒤 양자에게서 남자아이가 태어날 경우 왕위 계승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20일 마이니치신문과 지지통신이 각각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모두 50%를 하회하며 정권 출범 이후 최저로 집계됐다.
마이니치신문이 황실전범 개정안이 일본 국회 참의원(상원)을 통과한 지난 17일 직후인 18∼19일 실시한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의 51%보다 10%포인트 하락한 41%로 최저를 기록했다.
마이니치는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비지지율이 44%로 지지율을 처음으로 웃돌았다며 여당이 왕족 수 확보를 목표로 황실전범을 개정했지만, 유권자 이해를 얻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대폭 하락했다고 풀이했다.
마이니치 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직후인 작년 10∼12월 65∼67%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1월 57%로 하락했다. 그러나 중의원(하원)을 해산한 뒤 치러진 총선으로 2월 지지율은 61%로 반등했다.
이후 3∼5월에 하락세를 보였으나 5월 지지율은 50%로, 절반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6월(51%)에 보합세를 나타냈으나 이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지통신이 지난 10∼13일 조사해 발표한 7월 여론조사에서도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전월보다 5.3%포인트 하락한 49%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지지율이 50%를 밑돈 것은 역시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이 18∼19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53%로 집계됐다.
지난달 조사 때의 60%에서 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지난해 10월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이 신문 조사에서 처음으로 50%대를 기록한 것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아사히는 황실전범 개정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얻지 못했다’고 한 응답자의 내각 지지율이 42%로 전체 평균보다 낮고 이들의 내각 비지지율은 49%로 전체 평균 35%보다 높은 점으로 미뤄 황실전범 개정이 내각 지지율 하락의 한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개정된 황실전범에 따르면 현 나루히토 일왕과 약 600년 전의 조상을 공유하는 36∼38촌 관계의 먼 친척이 양자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왕위 계승의 정통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남계 남성만 인정하는 황실전범 규정을 바꿔 여왕을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70%를 차지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아예 하지 않았던 점도 다카이치 내각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났다.
결혼한 여성 왕족의 남편과 자녀에 왕족 자격을 주지 않도록 한 점도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첫 여성 일본 총리인 다카이치 총리가 남계 남성 왕위 계승을 고집하는 보수 정치권 목소리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 조사에서 ‘황실전범 개정안이 국민의 이해를 얻었느냐’는 질문에 60%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고,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45%로 긍정적 평가 19%의 두 배를 넘었다.
지지통신 조사는 황실전범이 참의원을 통과하기 전에 실시된 것이지만, 이미 중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될 당시 일부 야당이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론이 나왔다.
여기에 더해 야당이 심의 등을 거부하는 가운데도 부(副)수도 창설 법안 등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여당이 국회를 운영하는 방식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니치 조사에서도 다카이치 정권의 정책 추진 방법에 대해 ‘정중하지 않다’는 응답이 46%로 ‘정중하다’ 38%보다 높아 집권 자민당이 중의원(하원) 선거 압승 이후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야당 비판과 맥을 같이 했다.
아울러 고물가에 대한 다카이치 총리 대응책의 긍정적 평가는 29%에 그치고 부정적 평가는 2배에 가까운 57%로 조사됐다.
김대성 기자(kdsu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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