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양자컴퓨팅, 우주항공, 첨단바이오 등 막대한 자금과 긴 연구개발(R&D) 기간이 소요되는 딥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88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를 조성한다. 최장 15년에 달하는 '인내자본'을 공급해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0일 한국산업은행 IR센터에서 열린 '초장기기술투자펀드 공청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의 기술금융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국민성장펀드가 이룩한 성과를 넘어 이제는 결실을 맺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혁신 기술 분야에도 적극적인 모험자본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펀드 조성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번에 조성되는 '초장기기술투자펀드'는 단기 수익 창출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인내투자가 필수적인 첨단 기술 분야를 정조준한 기관투자자용 간접투자 펀드다. 펀드 규모는 총 8800억원으로 조성된다.
이 중 6800억원은 첨단전략산업기금과 정부 재정으로 충당한다. 정책 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맡아 민간 투자자들의 펀드 결성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는 취지다.
기술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호흡이 긴 만큼 펀드 존속기한을 최장 15년으로 대폭 늘렸다.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 기간 역시 최대 7년까지 보장해 유연한 자금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금융위원회는 펀드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세밀한 유인 체계도 마련했다. 추가 후속 투자를 유도하는 운용사(GP)에게는 실적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반면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조기 회수에 나서는 등 인내투자 취지에 역행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새롭게 도입된다.
운용사 선정 기준도 고도화된다. 이 위원장은 "단순한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핵심 운용 인력의 기술 전문성, 과거 투자 성과,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충분하고 실질적인 보상체계 구축 여부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장기 모험자본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조달할 수 있는 '기술 특화 자산운용사(KSTP)'도 설립할 계획이다. 벤처투자(VC) 업계는 장기 인내자본 공급이라는 정책 도입 취지에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실효성 있는 펀드 운용을 위한 몇 가지 보완책도 함께 건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청회에서 벤처투자의 핵심 수단 중 하나인 상장전환우선주(RCPS) 방식이 배제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15년이라는 장기간 펀드를 이끌어갈 우수 핵심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과 함께, 펀드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겸업제한 완화 등 제도적 빗장을 풀어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오는 3분기 중 초장기기술투자펀드 운용사 모집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후 속도감 있게 운용사 선정과 민간 자금 매칭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자금 집행(투자)에 돌입할 방침이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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