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두 달 뒤면 잔금 예정인데 은행에선 대출 접수를 받지 않겠다고 하고…. 계약을 물릴 수도 없어 이리저리 대안을 찾아보고 있지만 답이 안 보이네요."

잔금 치를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은행 문은 굳게 닫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8%를 위협하는 가운데, 매매·전세·월세 가격마저 일제히 폭등하는 '트리플 강세'까지 서민들을 덮쳤다. 대출 한파에 발이 묶인 무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내 집 마련은 현금 부자들만의 리그'라는 절망 섞인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잔금 일정을 공유하며 대출이 나올지, 어디서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수요자는 "잔금 60일 전부터 대출 접수가 가능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벌써 접수가 안 된다고 한다"며 "이게 일반적인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개설한 부동산토론회 홈페이지에도 담보대출 어려움을 토로하는 수요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김모 씨는 "신혼부부 혜택이 끝나기 전 보금자리론을 통해서 주택을 구입할 계획이었으나 생애최초 주택구입 담보비율이 80%로 줄어들어 대출한도가 줄었고, 전세보증 강화로 보증한도가 줄어 전세매물마저 감소하거나 전세가가 폭등해 내 집 마련은 물론 전셋집 이사도 막히게 됐다"고 썼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주담대 한도를 최대 3억원으로 제한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모두 모기지신용보험(MCI)와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을 중단하거나 취급을 일시 제한한 상태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대출모집인 채널도 축소했다.

고금리에 이자부담도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1~7.49% 수준으로 지난달 말 기준 상단이 7.1%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주 만에 0.4%포인트 올랐다.

업계에선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 기조 전환을 공식화했고, 정부의 주담대 제한 기조가 이어지면서 향후 주담대 금리 상단이 8%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집값과 전월세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은 더 어려워졌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6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2.6으로 2021년 9월(125.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세수급지수 또한 126.2로 2021년 2월(126.3) 이후 가장 높다. 월세수급지수는 119.6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매매가격은 서울 외곽까지 15억원대를 웃도는 등 줄줄이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고, 전세 또한 물건 품귀와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누적 상승률이 5.74%로, 전년 동기(4.01%) 수준을 뛰어넘었으며, 전세 누적 상승률 또한 5.72%로 전년 동기 상승률(1.10%)을 크게 웃돈다.

겨우 전셋집을 찾아도 전세대출이 문제다. 과거에는 전세보증금 전액 가까이 보증이 나왔다면 현재는 보증금의 80% 수준으로 줄이는 등 전세대출 금액을 줄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집값 안정을 목적으로 시행된 규제가 실수요자들의 주거난을 가중시키는 만큼 무주택자 등에 한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은행에서 대출 코드를 입력해도 부동산 담보 대출로 나올 경우 승인이 거부될 수 있다"며 "가계대출 관리와 집값 상승 우려를 이유로 대출을 억제한 것인데, 이렇게 되면 수억원의 성과급이 나오는 소수의 대기업 임직원과 현금 부자만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지고 서민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무주택자에 한해서는 집 장만과 전세를 구할 수 있도록 대출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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