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실드’ 약화 우려 해소 포석
파운드리 점유율 70%, 경쟁자 없어
시장 성장 확신 없으면 불가능한 계획
美 애리조나 증설도 속도… AI 확신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점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향후 5년간 공장 25개를 추가로 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에 8개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신설하겠다고 한 이후 시장 일각에서는 '메모리 공급과잉' 논란이 있었는데, TSMC가 더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면서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TSMC가 AI 수요에 대한 확신 없이 이 같은 증설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
20일 연합보 등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공장 신축 부지로 남부 가오슝 차오터우 지역과 타이난 지역, 서남부 자이 지역, 북부 타오위안 룽탄 지역 등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소식통은 관련 지역을 관할하는 과학단지 관리국이 해당 부지 계획안을 이미 확정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이 같은 계획이 미국 공장 증설로 인한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 약화와 함께 대만 TSMC가 '미국의 TSMC'(ASMC)로 변모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16일 2분기 법인실적설명회에서 미국 애리조나에 1000억달러(약 148조원)를 추가 투입해 2나노(㎚·10억분의 1m) 이상 최첨단 공정의 웨이퍼 공장 4개 이상과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3나노 공정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만, 애리조나, 일본에 3나노 웨이퍼 공장을 각각 추가 건설하는 동시에 일부 5나노 장비 라인을 3나노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운영 자회사인 JASM은 CMOS 이미지센서(CIS) 생산에, TSMC가 70%의 지분을 보유한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합작회사 ESMC는 자동차 및 산업용 응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만에도 계속해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대만 행정원은 최첨단 기술, 최대 제조능력, 완전한 과학기술 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대만의 선도적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 측과 정부 간 계약(G2G)의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TSMC는 또 완전한 노드 전환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첨단 실리콘 기술인 A14(1.4나노)의 개발 상황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돼 2027년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8년께 양산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A13(1.3나노)과 A12(1.2나노)는 2029년께 양산될 예정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TSMC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엄청난 수요 증가 추세"를 목격하고 있다며, 애리조나 공장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TSMC는 애리조나에 총 2650억달러(391조7000억원)를 투자해 AI반도체용 초미세공정 생산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최근 4나노 공정 1단계 생산에 가동했으며, 2~3나노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속도전을 하고 있다. TSMC는 2024년 문을 연 구마모토현 제1공장에서 12∼28나노(㎚·10억분의 1m) 제품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 12월께 가동을 시작할 제2공장에서는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TSMC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와 속도전은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1801억달러에서 2035년 5087억달러로 연 평균 두 자릿수(12.2%)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나타났다.
TSMC는 이 같은 시장 성장세에 올라타면서 동시에 최근 글로벌 공급부족 속 중국 메모리반도체가 점유율을 늘리는 것처럼 추격의 틈을 주지 않겠다는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올 2분기 전년 동기보다 77% 증가한 7066억대만달러(약 3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한편 대만 언론은 환경정보센터의 자료를 인용해 TSMC가 건설한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2기 확장 지역의 2나노 공장 4곳이 매일 필요로 하는 용수량이 신주 지역의 총 용수량의 16∼18%에 달하는 9만8000톤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 구마모토 TSMC 공장도 매일 필요한 최대 용수량 3만톤 가운데 75%는 재생수를, 25%는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어 지난해에만 250만톤에 달하는 지하수를 뽑아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뭄 등의 상황으로 인해 상황이 여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용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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