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6년 하반기 증시 전망 간담회 발표를 하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6년 하반기 증시 전망 간담회 발표를 하고 있다.

코스피가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 중동 리스크, 수급 불안이 겹쳐 급락했지만 모든 악재를 반영한 지수 하단은 6000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지만 현재 지수대는 이미 과도한 가격 조정 구간에 진입한 만큼, 다음 주 미국 빅테크 실적을 계기로 7000선 초중반까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김병연(사진)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하반기 증시 전망 간담회에서 "반도체 업종의 순환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이익 수준의 상승과 주주환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코스피 6000선은 '락바텀(최저점·Rock Bottom)'에 해당한다"며 "이는 앞으로 지수가 10% 더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악재를 반영해도 지지될 수 있는 최저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3~1.4배를 하단으로 제시했다. 이를 지수로 환산하면 약 5800~6250선이다. 현재처럼 기업 이익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반도체 기업이 다시 적자로 전환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시장을 평가하는 것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판단이다.

김 이사는 "지금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6배 수준으로 금융위기 당시보다도 낮지만 반도체가 순환산업인 만큼 PE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수를 주장하기도 어렵다"며 "반대로 과거 후행 PBR만 적용해 이익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보는 것도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급락 이후 코스피가 7000선 초중반에서 반등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 실적에서 클라우드 매출 증가율과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이 확인되면 최근 불거진 설비투자(CAPEX) 축소 우려도 진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하이퍼스케일러 5개사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82.3% 증가한 7580억달러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9.4% 늘어날 전망이어서 향후 1~2년간 현금흐름 부담이 AI 투자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AI 투자 사이클의 종료 여부도 투자액 자체보다는 실제 수요가 가수요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 둔화에 대한 우려도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증가율은 기저효과로 낮아질 수밖에 없지만 수출액 자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코스피도 수출 증가율보다는 수출액 수준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주가는 모멘텀을 반영하기 때문에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200%대에서 내년 0%에 가까워지면 업황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것은 증가율이 아니라 금액이다. 반도체 수출액과 기업 이익 수준이 유지된다면 피크아웃 논리만으로 지금 주가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급 여건도 급격한 추가 하락을 유발할 수준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개인 고객예탁금은 고점 대비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액 비중도 0.5% 수준에 그쳐 과거와 같은 대규모 반대매매 위험은 제한적이다. 외국인의 반도체 업종 지분율 역시 역사적 저점까지 낮아져 추가 매도 압력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보완책도 변동성을 낮추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봤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하락하면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구조지만 금융당국이 기본예탁금 상향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교란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는 "이날 장 초반 코스피가 급락한 뒤 낙폭을 빠르게 줄인 것도 현재 수준이 락바텀에 가깝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책당국이 내놓은 보완책도 일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단기간에 전고점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고점 부근에 매수한 투자자가 많은 만큼 코스피가 8000선 중반을 넘어가면 차익 실현 욕구가 강해질 수 있다"며 "당장은 급락세가 진정되고 실적을 확인하며 안정세를 되찾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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