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알파벳부터 6개 기업 실적 발표 시작

투자액보다 ‘실제 수익 얼마나 냈는가’가 핵심

‘제미나이 3.5’ 지연 관련 알파벳에 관심 집중

‘AI 슈퍼사이클은 지속 ’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

전광판에 나스닥이 표출된 뉴욕거리. 로이터 연합뉴스
전광판에 나스닥이 표출된 뉴욕거리.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주도해 온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실적 발표를 통해 천문학적인 투자에 대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AI 산업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최근 기술주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락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미래 가능성’보다 ‘실제 수익’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미국 증시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던 AI 낙관론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지난주 S&P500지수는 1.6%, 나스닥100지수는 4.1% 하락했으며, AI 인프라 투자 수혜주가 대거 포함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한 주 동안 10% 급락하며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AI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대표 기술주들도 투자 심리가 빠르게 식는 모습을 보였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최근 2주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공모가 아래로 내려앉았고, 최고점 대비 시가총액 약 1조달러(약 1500조원)가 증발했다.

시장에서는 이제 막대한 AI 투자 규모 자체보다 투자로 얼마나 실질적인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가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크 셀츠 올스프링글로벌인베스트먼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AI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거품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다시 매출 성장세가 가속화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향후 2주 동안 이어질 빅테크 실적 발표는 AI 투자 효과를 검증하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테슬라와 알파벳이 22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하며 AI 실적 시즌의 막을 올리고,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플랫폼이 29일, 애플과 아마존이 30일 실적을 공개한다. 이들 6개 기업은 S&P500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하는 만큼 글로벌 증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투자자들의 관심은 알파벳에 집중되고 있다. 알파벳은 올해 설비투자(CAPEX)가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 약 1870억달러(약 2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차세대 AI 모델인 ‘제미나이 3.5 프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가는 최근 이틀 동안 6.5%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단순히 투자 규모보다 AI가 실제 수익으로 얼마나 연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토드 알스텐 파르나서스인베스트먼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언젠가는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시점이 찾아온다”며 “클라우드 사업의 수익성과 AI 컴퓨팅 1달러당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AI 대표주들의 밸류에이션도 다소 낮아지고 있다. 블룸버그의 ‘매그니피센트7’(M7) 지수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24배 수준으로, 지난해 10월 33배, 연초 29배보다 상당히 낮아졌다. 이는 시장이 AI 성장성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면서도 이전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의 투자 규모는 앞으로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등 4개 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총 72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7년에는 9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투자에 대한 우려는 반도체 업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OX지수는 올해 들어 65% 상승했지만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약 20%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 기준선에 진입했다. 기업들이 예상보다 강한 실적을 발표하고도 주가가 반등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알스텐 CIO는 “시장에서는 성장률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왔다”며 “하지만 실제 성장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AI 인프라를 직접 대규모로 구축하기보다 외부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해 서비스를 확대해 온 애플은 올해 들어 M7 가운데 가장 높은 23%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이 AI 슈퍼사이클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낙관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셀츠 매니저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웃돌고 있는 만큼 AI 관련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빅테크 주식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조정을 받은 뒤 다시 상승세를 이어간 사례는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며 “현재의 약세는 장기 투자자에게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으며 AI 성장 사이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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