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분배 개념 잘 모르겠다”
호남 논란엔 “‘인프라 전제’ 투자”
“피지컬AI 계획만… 숙제는 그대로”
전문가 “崔회장 발언 시장경제 부합”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정부가 제시한 ‘인공지능(AI) 초과이익 분배론’에 대해 “성장 없는 분배는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초과이익 배분 주장은 정부여당 일부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6.3 지방선거 전부터 나왔다. 그러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소셜미디어(SNS) 글에 적은 ‘국민배당금제 제안’을 ‘횡재세’와 같은 초과이익 배분으로 해석해 논란이 커졌고, 이에 청와대는 블룸버그에 ‘오역’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실장은 18일에도 SNS에 AI로 발생한 이익을 다음 세대의 생산능력 형성으로 이어지도록 국가가 설계할 수 있다며, 이를 “국민과 기업이 AI 시대의 성과를 함께 축적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하는 등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AI 수익모델이 구체화 되지 않은 가운데, ‘초과이익’에 대한 개념조차 불분명하다며 경제 논리를 관치로 억누르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제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이 돼야 분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제안한 AI 초과이익 배분론에 대해 “저희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가 알아서 하는 데는 아무 토를 달 이유가 없다”면서도 “이해관계자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개념을 잘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 주최로 지난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업의 초과이익 배분 방안으로 ‘특별목적세’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정 교수는 재건축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개발 이익 중 일부를 국가에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예로 들었다.
앞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5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사회적 대화 밖에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최 회장은 또 경제 성장을 위한 규제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상속세 개선에 대한 질문에 “중소기업·중견기업이 더 이상 커지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이 성장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데 성장 동력과 동기가 어디서 나오나”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과 자본주의라는 경제 시스템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성장을 못 하고 한쪽 바퀴가 안 돌아가니까 민주주의도 문제가 생긴다”며 “두 바퀴가 옛날처럼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성장 정책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을 둘러싼 일각의 관치 논란에 대해선 “인프라는 정부나 지자체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고 이것을 잘해 주시면 우리는 거기다 짓겠다는 단순한 입장”이라고 답했다.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에 주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도 “사업주는 52시간제를 지켜야겠지만 근로자가 더 하겠다면 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되지 않나. 자유의지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 위기 상황을 두고는 “AI 트렌드에 올라타 수요가 늘어났다. 제조업 경쟁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시장이 커져서 덩달아 돈을 버는 것”이라며 “아직은 AI로 생산력을 올리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 피지컬AI를 하겠다는 계획은 세웠지만 풀어야 할 숙제 중에 한 건 별로 없다”고 직언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 회장이 최근 이야기 한 것 중 가장 시장경제 원칙을 잘 반영한 발언으로 보인다”면서 “초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 같은 말은 어디서부터 초과이익인지 개념부터 성립하지 않는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반도체 공장 설립에 대해서도 조건부로 이야기했는데, 핵심은 반도체 이전에 어떤 기업이든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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