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GDP 3.8%·GDI 13.2%…격차 역대 최대
유가 아닌 반도체 수출가격이 교역조건 개선 견인
소비·투자 회복 기대…수혜 편중·IT 의존은 한계
반도체 경기 호조로 수출 물량뿐 아니라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우리나라의 국내총소득(GDI)이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과거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됐던 때와 달리 수출기업의 매출과 임금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인 만큼 소비와 투자 등 내수에 미치는 효과도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교역조건 개선 효과를 반영한 실질 GDI는 13.2% 늘었다. 두 지표의 증가율 격차는 9.4%포인트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60년 이후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가 생산 확대를 통해 GDP를 끌어올린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수출의 실질 구매력까지 커지면서 GDI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GDI 증가는 가계의 구매력과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 향후 내수 회복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원인부터 과거와 다르다. 2009년과 2015~2016년, 2020년에는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 하락이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최근에는 유가가 올랐는데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좋아졌다.
지난 1분기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92.5% 급등했다. 전체 수출물가 상승분 가운데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 부문의 기여율은 73.4%에 달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국제유가 상승에도 22.8% 올랐다.
한은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가 일시적인 경기 요인이 아닌 구조적인 흐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반도체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양호한 교역조건과 높은 GDI 증가세도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와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가격 상승으로 기업 매출이 확대되면 임금과 가계소득이 늘어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과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도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다.
투자 역시 글로벌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된 만큼 비용 절감에 의존했던 과거 교역조건 개선기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과거 사례에서도 수출가격 상승이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한 시기에는 소비가 유의하게 늘고 투자도 시차 없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반도체 호황의 혜택이 일부 기업과 고소득·고자산 계층에 집중된 점은 내수 파급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고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 반도체 경기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은 향후 내수 증가세를 지지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높은 IT 의존도에 따른 경기·재정·금융 변동성과 반도체 호황의 성과가 부동산 등 비생산적인 부문으로 유입될 가능성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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