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부니아의 한 피란민 캠프에서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한 보건 종사자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콩고민주공화국 이투리주 부니아의 한 피란민 캠프에서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한 보건 종사자가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을 덮친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2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번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증상 발현이 느려 무자비한 ‘조용한 전파’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케냐에서는 에볼라 감염 우려가 있는 미국인 구호 활동가들의 자국 격리 수용을 둘러싸고 거센 반대 시위와 법적 논란까지 겹치며 국제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민주콩고 언론공보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에볼라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56명 증가한 2181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수 역시 가파르게 늘어 최근 사흘 동안에만 110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으며 총 864명으로 집계됐다.

에볼라 치명률은 3일 전(37.5%)보다 2.1%포인트 상승한 39.6%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완치된 환자는 412명에 불과하며,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감염 추적률마저 66.9%로 떨어져 방역망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에볼라 유행이 길어지는 원인으로 바이러스의 종류적 특성을 꼽았다. 코리 레빈 미국 텍사스대 의과대학 조교수는 현재 민주콩고에서 유행 중인 ‘분디부조형’ 에볼라 바이러스에 주목했다.

과거 치명적이었던 ‘자이르형’과 달리, 분디부조형은 체내에서 증식하는 속도가 훨씬 느리다. 문제는 이 때문에 감염된 환자가 뚜렷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 채 일상생활을 지속하며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리게 된다는 점이다.

다만, 증식이 느리다는 것은 조기 치료의 기회가 열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레빈 교수는 “바이러스 양이 급증해 패혈성 쇼크나 다발성 장기부전 등 치명적인 상태로 악화하기 전, 즉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크웨 이헤크웨아주 세계보건기구(WHO) 보건위기 프로그램 책임자 역시 “초기 치료 환자는 지역사회에 그대로 방치된 환자보다 생존 확률이 3~4배나 높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에볼라 공포는 국경을 넘어 외교적 갈등과 사회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민주콩고에서 활동하던 기독교 구호단체 ‘사마리아인의 주머니’ 소속 60대 미국인 직원이 지난 10일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 독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과정에서 그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인 동료 7명이 케냐 라이키피아 공군기지에 있는 ‘미국인 전용 에볼라 격리 시설’에 수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앞서 케냐 법원이 자국 해당 격리 시설의 건설과 감염을 우려해 미국인들의 수용을 잠정적으로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적 제동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격리가 강행된 것으로 알려져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케냐 보건부 장관조차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이미 케냐 내에서는 감염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들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바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