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행 비행기에 올랐다. 약 9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러시아 방문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내 모스크바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수세에 몰린 러시아와 중·러라는 든든한 ‘뒷배’를 내세워 외교적 위상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국의 군사·외교적 밀착이 새로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은 최 외무상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초청을 받아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이날 보도했다. 구체적인 방문 목적이나 의제는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으며, 조선중앙통신도 아직 관련 소식을 내지 않고 있다.
최 외무상이 러시아를 찾은 것은 지난해 10월 벨라루스에서 열린 유라시아 안보 국제회의 참석을 겸한 실무방문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지난 4월 북한에서 열린 파병기념관 준공식 이후 다소 잠잠했던 양국 고위급 교류가 다시 시동을 건 셈이다.
특히 국제 다자회의나 주요 기념일 등 눈에 띄는 계기가 없는 시점에 북한 외교 수장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구체적으로 타진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이번 행보의 시점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진단하며, “김 위원장의 모스크바 답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뚜렷한 징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방러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직후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방문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마주쳤을 당시에도 동일한 제안을 건넸던 만큼, 러시아의 거듭된 초청에 북한이 화답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 최고위급 스킨십이 절실한 상황이다. 러시아는 중동 분쟁의 여파로 우크라이나 전선이 장기전 수렁에 빠진 데다, 주요 에너지 인프라까지 무인기(드론) 공격에 노출되는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 국제적 고립마저 심해지자 북한과의 강력한 연대를 대내외에 과시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이번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거치며 혈맹인 중국과의 관계를 재확인한 상태다. 여기에 러시아 방문까지 연달아 성사시킨다면, 글로벌 무대에 강력한 두 우방국을 과시하며 자신의 외교적 몸집을 극대화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임성원 기자(sone@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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