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캔버스가 그린 일러스트.
미리캔버스가 그린 일러스트.

[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연일 미끄러지고 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향한 개인투자자들의 역대급 매수 쏠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와 ETF CHECK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종에 순유입된 자금은 총 7조3364억원에 달한다. 특히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한 종목에만 전체 ETF 중 가장 많은 3조4472억원이 유입됐다.

문제는 이 기간 본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각 24.33%, 19.49% 폭락하는 과정에서 기관이 던진 매물 폭탄과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는 점이다. 자금 유입이 집중된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는 각각 45.60%, 48.44% 폭락했다.

한 달간 개인투자자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7종을 4조2386억원, 삼성전자 레버리지 7종을 1조6119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각각 5조1713억원, 2조267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대조적인 수급 흐름을 보였다.

변동성 장세 속에서 투자자 손실이 확대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다음 달 5일부터 신규 투자 시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오는 11월부터는 매매 단위를 1좌에서 20좌로 확대해 진입 문턱을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현재 약 12조원 규모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을 4조~5조원 수준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당국이 제시한 보완책의 세부 논리와 시행 시점을 살펴보면 시장 안정화라는 본연의 목적과 어긋나는 모순점이 발견된다.

금융위는 이번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백브리핑을 통해 "이론적으로 ETF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더 사는 역추종 매매 효과가 있어 오히려 주가의 안정성을 확대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 변동성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규제인데, 정작 폭락장에서 매물을 받아낸 개인투자자의 수급을 두고 증시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위험성 자체를 제어할 핵심 대책들이 제외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당국은 해외 상품과의 역차별 문제와 수익자 총회 개최의 절차적 어려움을 이유로 레버리지 배율을 1.5배로 축소하는 방안이나 상장폐지 조치를 대안에서 제외했다. 상품 고유의 특성은 유지한 채 현금 3000만원이라는 진입 장벽만 치는 것은, 돈 있는 자산가들에게는 고위험 판을 계속 열어두면서 소액 개인투자자의 투자 기회만 원천 차단하는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책이 작동하기까지 생기는 시간차 공백도 문제다. 핵심 조치인 '20좌 단위 매매'는 전산 개편을 핑계로 무려 4달 뒤인 11월에나 시행된다. 당장 폭락장에 계좌가 녹아내리는 투자자들에게 수개월 뒤에나 켜지는 보호 장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11월 이후 20좌 미만으로 주식을 들고 있는 소액 주주들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팔지도 못하고, 증권사에 따로 신청해 주식을 넘겨야 하는 불편만 겪게 됐다.

당초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해외 원정 투자를 막겠다며 이 위험한 상품을 허가해 준 것은 금융당국이다. 그러나 제도 도입 불과 50일 만에 대책을 내놓는 과정에서 보여준 책임 회피식 해명과 유예기간의 공백은 당국 행정의 한계를 드러낸다.

금융당국이 외형적 성과에만 집중하는 동안, 제도적 공백에 노출된 개인투자자들의 실질적인 자산 손실 위험은 전혀 해소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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