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음성 비서 ‘시리’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손을 잡았던 애플과 오픈AI의 동맹이 잔혹한 ‘진흙탕 소송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오픈AI를 상대로 기술 탈취 소송을 제기한 애플이 이번엔 오픈AI로 자리를 옮긴 전직 직원 수십 명에게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무더기 경고장을 날렸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두 거인 사이의 협력 관계가 사실상 완전히 파탄 났음을 보여주는 가운데, 대규모 기업공개(IPO)를 앞둔 오픈AI의 발목을 잡으려는 애플의 사활을 건 ‘인재·기밀 단속’이 고개를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애플은 현재 오픈AI에서 일하고 있는 자사 출신 임직원 약 40명에게 법적 경고가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애플이 보낸 서한에는 이들이 애플 재직 시절 다뤘던 업무 관련 문서와 이메일, 메신저 등 모든 통신 기록을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라는 강력한 명령이 담겼다. 이와 함께 애플 측 변호인단과 직접 대면 면담에 응하라는 요구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는 애플이 오픈AI 법인과 자사에서 오픈AI로 이직한 핵심 임원 2명을 상대로 대형 소송을 제기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애플은 소송 제기 당시 “24년간 애플에 몸담았던 이들 임원이 회사의 핵심 내부 기밀 정보를 몰래 빼돌려 이직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양사의 갈등은 오픈AI가 애플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와 손잡고 자체 AI 하드웨어 기기 개발에 속도를 내는 민감한 시점에 터져 나왔다.
애플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현재 확보된 증거들은 오픈AI가 저지른 광범위한 영업비밀 침해 행위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추가 폭로와 소송 확대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의혹 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타당하다는 그 어떤 명확한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FT는 이번 사태를 두고 실리콘밸리를 선도하는 두 공룡 기업의 파트너십이 사실상 회복 불가능한 강을 건넜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대대적인 시장의 기대를 받으며 IPO를 준비 중인 오픈AI에 이번 소송전은 커다란 법적 리스크이자 상당한 재정·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밀월 관계를 유지했다. 애플은 자사 음성 비서 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물밑 싸움 끝에 판도가 뒤바뀌었다. 애플은 결국 오픈AI의 경쟁사인 구글과 손을 잡았고, 지난 6월 공개한 차세대 음성·텍스트 AI 비서 기능에 구글의 인공지능 모델을 탑재하며 오픈AI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팽동현 기자(dhp@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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