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심의 난항에 회기 연장

자민당 내부서도 쓴소리 나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의석수와 지지율 숫자의 ‘오만’이 부른 참사일까.

중의원(하원) 3분의 2라는 압도적 의석수와 높은 지지율에 취해 독단적 국정 운영을 펼쳐온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다 참의원(상원)의 벽에 부딪혀 회기를 연장하는 촌극을 빚은 데다, 총리의 ‘국회 패싱’ 논란까지 겹치며 여권 내부에서조차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이 오히려 정권의 발목을 잡는 이 역설적인 상황은,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맹목적 다수결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8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17일 종료 예정이던 일본 국회의 150일간 특별국회 회기가 오는 25일까지 일주일 연장됐다. 의원 정수 축소, ‘부(副)수도’ 건립 등 야당이 결사반대하는 민감한 법안들을 연립여당이 강행 처리하려다 기한 내에 심의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로 구성된 연립여당은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싹쓸이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을 점하지 못한 ‘반쪽짜리 수적 우위’의 현실을 간과한 채 입법 속도전에만 매몰되면서 스스로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의 오만한 태도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역대 총리 중 국회 출석률이 가장 저조한 그는 현재 ‘국회 경시’라는 매서운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과거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등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영상을 유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야당의 직접 출석 및 해명 요구를 묵살하고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불통 행보 탓에 닛케이와 아사히신문 등은 야당과의 국회 협의에 난항을 겪는 자민당 내부에서조차 총리를 향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권의 일방통행은 야권의 결속을 다져주는 결과를 낳았다. 17일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국기손괴죄’(일장기 훼손 처벌) 법안의 경우, 애초 여당과 뜻을 함께해 법안을 공동 발의했던 국민민주당과 참정당마저 중의원 표결에 불참하며 다카이치 정권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오가와 준야 중도개혁연합 대표는 이번 국회 파행을 두고 “여당이 자초한 자책골”이라며 유례없는 국정 난맥상을 맹비난했다. 이런 와중에 자민당 간부를 포함한 여당 의원 11명이 연장된 회기 기간인 다음 주에 ‘해외 인사 교류’를 핑계로 출국을 신청한 사실까지 드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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