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례 깨고 트럼프 연설 ‘TV 불방’ 시킨 ABC·NBC·CNN… 국가 수반 메시지 검열하고 퀴즈쇼·동물 프로 방영
미국의 거대 레거시 미디어들이 자국 최고 통수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 대국민 연설을 무더기로 생중계 거부하는 사상 초유의 언론 폭주 사태가 벌어졌다. 중요한 정책이나 국가적 메시지가 담긴 대통령의 연설을 지상파 방송사들이 동시 생중계해 온 미국 언론계의 오랜 관례와 저널리즘의 기본 책무를 정면으로 저버린 것이다. 현지에서는 거대 언론 권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권력을 향해 ‘편집권’을 무기로 전대미문의 횡포를 부렸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각 16일 오후 9시(한국 시각 17일 오전 10시)에 진행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과정에서 미 지상파 3사 중 ABC와 NBC, 그리고 뉴스전문 채널인 CNN은 TV 정규 편성에서 생중계를 전면 배제했다.
이들 방송사가 내보낸 대체 편성은 공영 전파를 쓰는 언론의 행태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ABC와 NBC는 국가 수반의 연설 대신 기존에 편성되어 있던 퀴즈쇼와 동물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했고, 연설 장면은 뉴스 도중 극히 일부분만 잘라 내보내는 생색내기에 그쳤다.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매체인 CNN 역시 간판 앵커의 정규 시사 프로그램을 고수하며 TV 화면을 비워버렸다. 대신 이들은 대중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모바일 웹사이트로 생중계를 돌리는 ‘꼼수’를 부렸다. 사실상 대다수 미국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려버리는 ‘화면 차단’ 조치를 단행한 셈이다.
지상파 중 CBS만이 연설이 시작되고 몇 분이 지난 시점부터 뒤늦게 지각 중계를 시작했으며, 폭스 뉴스 등 일부 방송사들만이 정상적으로 생중계를 이어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사전에 “미국 국민이 반드시 시청해야 하는 중요한 연설”이라며 방송사들의 협조를 구했으나, 거대 언론 카르텔은 이를 철저히 묵살했다.
이들 레거시 미디어가 내세운 명분은 야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맹공과 궤를 같이한다. 연설 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일부 친북·좌파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허위 주장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생중계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재선에 실패했던 지난 2020년 미 대선에 중국 공산당 정권이 광범위하게 개입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언론은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취재해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는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 대신, ‘주장의 유해성’을 자신들이 임의로 재단하여 아예 국민이 듣지도 못하게 원천 차단하는 오만한 태도를 취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를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언론 권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정적을 검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정부의 정당한 사법·행정 규제에 맞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레거시 미디어의 조직적 투쟁이자 ‘보복성 불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ABC의 모회사인 디즈니는 낮 시간대 토크쇼 ‘더 뷰’의 방영 규정 위반 혐의 등으로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고강도 조사를 받고 있다. 사안이 중대해 이르면 다음 달 ABC 방송국 8곳의 방송면허 취소 절차(체포·퇴출 절차에 준하는 행정 처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외통수 상황이다. NBC와 그 모회사 컴캐스트 역시 과도한 편향성 및 다양성 정책 위반 혐의로 FCC의 타깃이 된 상태다.
결국 이번 생중계 거부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칼날에 맞서 “우리도 대통령의 목소리를 지워버릴 수 있다”는 거대 언론 카르텔의 위력 시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도중 이들 방송사를 겨냥해 “수십억 달러 가치의 공공 전파를 공짜로 사용하면서도 정직하게 보도하지 않는다”며 “방송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고 강력한 사법 조치를 시사했다. 정당한 규제를 정치적 탄압으로 둔갑시키고 국민의 볼 권리를 인질로 잡은 레거시 미디어의 이번 ‘폭주’는, 오히려 미디어 카르텔 개혁의 당위성을 자인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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