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정청래, 대의원 폐지 공로 부각하며 ‘당원 주권’ 자극

하룻밤 새 3억 8천만 원 쏟아진 후원금 인증하며 친청계 ‘최고위원 세력화’ 노골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이른바 ‘명청(이재명 대 정청래) 대전’의 전운이 한층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당권 주자인 정청래 전 대표가 17일 야당의 심장부인 전남 광주를 전격 방문, 대표 재임 시절 단행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구분을 완전히 무력화한 ‘1인 1표제’ 도입 공적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호남 당심을 향한 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서구갑 지역당원대회 단상에 올라 “이제 우리 민주당은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공정하게 1인 1표를 던질 수 있는 진정한 당원 주권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이 위대한 개혁을 과연 누가 해냈느냐 하면 바로 여기 계신 당원 동지들과 제가 손을 맞잡고 마침내 쟁취해 낸 것”이라며 사실상 자신을 당원 민주주의의 유일한 적통이자 해결사로 각인시키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어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 위대한 국민이듯, 우리 민주당의 진짜 주인 또한 오직 당원뿐이라는 신념 아래, 전국 어디를 가든 저를 마주하는 당원들이 하나같이 ‘1인 1표제를 실현해 주어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마다 이것이야말로 당의 체질을 바꾼 가장 거대하고도 위대한 이정표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호남 바닥 정서를 강하게 자극했다.

“이재명 대통령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지킬 자 누구인가

정 전 대표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초과 세수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정국 상황을 교묘하게 파고들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일체감을 부각하는 고도의 정치적 수사법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확보된 막대한 세금을 장차 국민들의 직접적인 복지와 민생 안정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할 것인가가 향후 국정의 핵심적 아젠다가 될 텐데, 만약 작금의 시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가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며, 따라서 이재명 정부를 기필코 성공시키고 향후 다섯 번째 민주당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일치단결하여 철통같이 결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갑에 앞서 방문한 북구갑 지역당원대회에서도 대한민국이 인공지능(AI) 혁명을 매개로 하여 미국, 중국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전 세계 초일류 국가로 도약할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엄청난 시대적 조류를 가장 영리하고 현명하게 간파하여 치밀한 국가 정책으로 정착시켜 가고 계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뜨거운 지지의 박수를 보내달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현직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차원을 넘어,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가장 확실하게 결사옹위할 수 있는 당 대표 적임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당원들에게 직접 설파하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하룻밤 새 3억 8천만 원 폭주”…친청계 최고위원 후보 조준한 ‘화력 배분’

특히 정 전 대표는 이날 당원들의 폭발적인 팬덤 지지세와 자금 동원력을 즉자적으로 증명해 보이는 돌발적인 후원금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단순한 당권 주자를 넘어 당내 최대 계파를 이끄는 맹주로서의 위세를 아낌없이 과시했다.정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어느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 저의 후원금 한도 계좌가 아직 2000만 원가량 채워지지 않았다는 소식을 방송한 모양인데, 놀랍게도 그 방송이 나간 지 단 하룻밤 사이에 무려 3억 8000만 원이라는 엄청난 후원금이 사정없이 쏟아져 들어와 통장에 찍히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중 법적 한도를 초과한 3억 6000만 원은 눈물을 머금고 일일이 전액 반환해 드려야 하는 번거로운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저를 향한 당원들의 이 뜨거운 사랑은 눈물이 날 만큼 고맙고 가슴 벅찬 일”이라며 남다른 지지 기반을 자랑했다.

더욱 주목할 만한 대목은 이어진 대목에서 정 전 대표가 초과된 후원 세력을 자신이 이끄는 이른바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유도하는 고도의 ‘화력 배분’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정 전 대표는 “주말인 관계로 후원 계좌를 즉각 폐쇄할 수 없는 실정이니, 지지자 여러분께서는 이제 제 계좌로의 송금을 전면 중단해 주시고, 대신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최민희, 이성윤, 한민수 의원의 후원 계좌로 아낌없는 주말 후원을 보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적었다.

이 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 전 대표를 적극 옹호하며 지도부 동반 진입을 노리는 핵심 ‘친청계’ 라인업으로 분류되는 인물들. 결국 정 전 대표가 본인의 압도적인 티켓 파워와 후원금 화력을 바탕으로 최고위원 후보들까지 조직적으로 밀어 올리는 이른바 ‘줄 세우기’ 및 ‘친정 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함에 따라, 향후 당직 선거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명청 간의 갈등은 타협의 여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극단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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