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4달여 만 이란 의회 열려…상임위별 투표
안보위원장 유임…부위원장단·대변인 등 교체
반체제매체 “강경파 1부위원장·대변인 해임돼”
前1부위원장 나바비안 “어떤 합의든 이란 손실”
협상 이적행위 빗대와, 강경론 견제엔 “쿠데타”
국영TV서 ‘최고지도자 서신’ 기밀 유출 논란도
前대변인 레자이 “IRGC, 해협 주권 세워” 극찬
초강경파들, 협상대표 갈리바프 의장 비난해와
이란 의회가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인한 휴회 4개월여 만에 다시 열린 가운데, 의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내에서 종전협상 대표단을 정치적으로 공격해온 강경파 의원 2명이 요직에서 축출됐단 분석이 나왔다.
영미권에 본부를 둔 이란 신정체제 저항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4일(현지시간) 대 협상을 공개 비판한 두 인사가 국가안보외교위 지도부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13일) 제12대 의회 각 전문위(한국 국회 상임위 격) 위원들의 전자투표 결과, 안보위에선 에브라힘 아지지 위원장이 재선출로 유임됐다.
또 아바스 모그다다이 의원과 아무르 하야트모가담 의원이 각각 안보위 제1·제2 부위원장에 선출됐다. 하산 케슈카비 의원이 위원회 대변인을 맡게 됐다. 이란인터내셔널은 같은 결과를 두고 마흐무드 나바비안 의원이 안보위 1부위원장직을 잃었고, 에브라힘 레자이 의원이 대변인에서 교체됐으며 이들 2명을 ‘대미 협상 비판자’로 꼽았다.
매체는 두 의원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 기간, 휴전 이후로도 대미 협상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한 인물로 떠올랐다며 “나바비안은 워싱턴(미 수뇌부)과의 어떤 합의도 이란의 ‘절대적인 손실’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거듭했으며 이란의 그동안 협상 경험은 ‘깨진 약속, 기만, 그리고 적에게 돌아간 이익’만을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안보위 2인자에서 밀려난 나바비안 의원은, 특히 이란의 협상단 대표를 맡은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공개 비판한 인물로도 꼽혔다. 그는 이달 초 들어서도 ‘익명의 정치적 경쟁자들이 강경 세력을 주변으로 밀어내려 한다’는 주장을 펴고 이같은 “쿠데타” 시도를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대변인에서 교체된 레자이 의원을 두고도,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고 “(나라가) 어떤 악에도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인물로 소개했다. 레자이는 SNS를 통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최고지도자 친위 군사조직)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주권을 확립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민감한 정보 유출 책임론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매체는 “나바비안은 국영 방송에서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대미 협상 관련 주고받은 비밀 서신’이라고 주장한 문건 일부를 낭동한 뒤 비판받았다. 그가 계속 말하는 중 방송이 끊겼다. 나바비안은 ‘하메네이가 회담 진행 방식에 거듭 이의를 제기하고 이란-미국 양해각서(MoU)에 반영되지 않은 조건들을 제시했다’고 밝혔다”고 짚었다.
이어 “그 조건엔 ‘미국 배상 확보,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유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배타적 통제 유지’ 등이 포함되며, (나바비안은) ‘하메네이가 이란이 일부 선박에 해협 통행료를 부과하기를 원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며 “국영방송 IRIB는 이후 나바비안이 기밀 서신을 언급한 건 법적 조치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아미르 에브라힘 라술리 의회 의장 고문이 ‘나바비안에게 제공된 기밀 국가정보의 출처’를 규명하라고 당국에 촉구한 점도 이란인터내셔널은 재론했다.
한편 이란 12대 의회는 전날 전체 290명 중 259명 의원이 본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제거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와 다른 고위급들을 위해 복수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보수 초강경파 정당 ‘파이다리 전선’ 의원들이 몇달간 개회하지 않은 갈리바프 의장을 비판하고 협상 문제로 아라그치 장관 사임을 요구해왔다고 조명했다. 이들은 특히 의장이 미국과 협상에 대한 의회의 제재를 회피하려 의원들 소집을 막았다고 비난해왔으며, 갈리바프 의장 측은 의회 회의 중단은 보안당국의 지시를 따랐다고 반박했다.
IRGC 장성 출신인 갈리바프 의장도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미국과 협상 자체를 부정하는 초강경파와의 골이 깊어진 양상이다. 다만 갈리바프 의장은 지난 5월 25일 의장 선거에서 전체 276표 중 235표를 획득하며 재선출돼, 정치적 재신임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11대 의회 출범 당시 처음 의장에 오른그는 이후 매년 연속 재선에 성공하고 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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