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국가전략 라운드테이블 개최

"韓, 특정 진영 편입보다 연결자 역할로"

국제질서 ‘탈정렬’로 변화… 분야별 협력

트럼프·젤렌스키 회동, 동맹 불확실성 보여줘

반도체, 배터리 등 경쟁력, 외교와 연계해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혼돈의 국제질서와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14일 열린 2026 NEAR 국가전략 라운드테이블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상현 전 세종연구소장,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 정 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 이슬기 기자 9904sul@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혼돈의 국제질서와 대한민국의 길'을 주제로 14일 열린 2026 NEAR 국가전략 라운드테이블에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상현 전 세종연구소장,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신각수 니어재단 부이사장, 정 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 이슬기 기자 9904sul@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뒤흔들면서, 앞으로의 동맹 관계가 가치와 이념보다 이해관계를 주고받는 '거래의 동맹'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중견국 간 연대를 확대하고, 기술·공급망·안보 분야에서 독자적인 전략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니어재단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26 니어 국가전략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국제질서 변화와 한국의 전략환경'을 주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이상현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약화되고 각국이 목적별·기능별 소수 국가 간 협력(소다자 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한국은 특정 진영에 편입되기보다 변화하는 질서 속에서 연결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나토-IP4, 글로벌 사우스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동맹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례로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회동 이후 영국으로 향했던 장면을 거론하며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정치적 판단과 정책 변화에 따라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례는 동맹의 존재 자체보다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전략적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역할 변화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이 군사·경제·기술 분야에서 자체 대응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국제사회에서 협력 네트워크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첨단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단순한 안보 수혜국이 아니라 공급망과 기술 협력을 주도하는 국가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을 나와 런던으로 향했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달리 한국은 동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전략적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신화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국제질서를 '탈정렬' 과정으로 규정했다. 그는 "기존 질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작고 기능적인 협력 체계로 재편되고 있다"며 "공급망 안정, 사이버 안보, 에너지 안보 등 분야별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흥호 한양대 명예교수도 미중 경쟁과 한반도 문제 속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한 외교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안보와 산업 경쟁력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공지능(AI) 경쟁이 반도체와 제조 장비를 넘어 AI 모델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윤종 동덕여대 교수는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전략산업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며, 산업 경쟁력을 외교 전략과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정세 변화와 관련해 드론·AI 등 비대칭 전력이 현대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며 한국도 새로운 안보 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겸 동아시아연구원장은 한국이 '질서의 소비자'에서 '질서의 조성자'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최강대국이지만 국제 공공재 수요를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시대"라며 "질서의 공백은 중견국 협력을 통해 메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북중러 협력 변화 속에서 한반도 안정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국제질서 불확실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을 국가전략의 중심축으로 유지하면서도 자강 능력을 높이고, 우방국과의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경쟁력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활용하고 외교·안보·경제를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마련하고, 기술 경쟁력과 외교 역량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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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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