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 현 정부 출범 첫날 지수 밑돌아… 코스피 상승세와 대조
“규제 아닌 확실한 유인책 필요”… 학계·현업 한목소리 지적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이 정부의 전방위 체질 개선 드라이브에도 결국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대형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자금이 몰리면서 코스닥 시장의 기초체력이 빠르게 약화했고, 정부가 추진해 온 활성화 정책도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2% 내린 783.98로 장을 마감했다. 이달 들어서만 지수가 약 130포인트(p) 가까이 빠지며 사실상 투매 장세가 연출됐다.
이날 장중에는 지수가 6% 넘게 급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8번째 매도 사이드카다. 특히 장중 한때 749.76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 현 정부 출범일(지난해 6월 4일, 750.21)을 밑돌기도 했다.
반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은 전 거래일 대비 49.90p(0.73%) 오른 6856.83에 거래를 마치며 코스닥과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지수 상승 동력이 꺾이면서 투자자들의 성적표도 엇갈렸다. 코스닥 반등에 베팅한 레버리지 상품은 큰 손실을 기록한 반면, 하락에 투자한 인버스 상품은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실제로 코스닥150 지수 일간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수익률이 이달 들어 35%대 급락한 반면, 지수 하락 시 수익을 추구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는 18%대 수익률을 기록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같은 수급 왜곡은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해 내놓은 전방위 대책이 시장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5년간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혁신기업에 자금을 대고, 시가총액 상장폐지 기준을 기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하는 등 이른바 ‘동전주’와 부실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도 우량기업을 선별해 지원하고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코스닥 승강제(세그먼트)’ 도입을 공식화하며 구조 개혁을 본격화했다.
제도 개편에도 시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자금 이탈은 이어졌고 코스닥의기초체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체질 개선을 위한 규제 드라이브가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을 키운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집중되면서 코스닥의 성장 기반 자체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코스닥의 이익 구조 한계와 대형 수급 부재가 이번 급락과 소외를 불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랠리의 수혜를 입은 대형 반도체주 중심의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헬스케어와 이차전지 등으로 업종이 분산돼 주도 수급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의 70~80%를 반도체가 차지하는 반면 코스닥은 반도체 비중이 낮아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은 대기업 설비투자가 집행돼야 실적이 개선되는데 턴어라운드 시점도 빨라야 올해 3~4분기로 예상돼 수급 유입에 시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닥을 이끌 주도 업종이 없고 대형 자금을 끌어들일 만한 ETF 상품도 부족한 점이 악재”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 시장에 성장 기대를 심어줄 수 있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퇴출 기준 강화만으로는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이탈 자금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자금은 실제 시장에 유입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는 반면, 퇴출 요건 강화 등 규제는 즉각적인 매도 압력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는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방 압력을 끊기 위해서는 코스닥 3년 이상 장기 보유 시 양도세 전액 면제와 같은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함께 4차 산업 분야 규제를 대폭 완화해 성장 비전을 시장에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환차손에 취약한 코스닥 시장의 특성상 대외 충격 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환율을 안정시켜 모험자본이 안심하고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pjw1978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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