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자료는 다 챙겨 봤는데 왜 나만 물리는 걸까?”
주식을 해본 개인투자자라면 한 번쯤 품어 봤을 질문이다. 전자공시시스템(DART)만 열면 누구나 사업보고서와 기업설명회(IR) 자료를 볼 수 있는 요즘, 정보는 평등해졌다는데 성과는 왜 여전히 기관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실전 해법을 제시하는 신간 ‘재무제표 밖 주식 투자’가 출간됐다. 저자는 격차의 원인을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 찾는다. 기관은 손익계산서 숫자 하나를 봐도 “왜 이런 숫자가 나왔는지” 현장에서 확인하지만 개인은 숫자 자체에서 판단을 멈춘다는 것이다.
여기에 손실을 인정하지 못해 물린 종목을 놓지 못하는 손실회피, 유리한 정보만 골라 믿는 확증편향 같은 심리적 습관까지 더해지면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책이 내놓는 해법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재무제표를 ‘이미 끝난 성적표’가 아니라 경영진의 전략이 숨어 있는 ‘전략서’로 다시 읽는 법이다. 매출이 늘어도 특정 거래처 의존도가 함께 커지면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구체적인 해석 기준을 제시한다.
다른 하나는 감정이 아닌 ‘기준으로 매매’하게 만드는 심리 통제 장치다. 손실회피·확증편향 등 개인투자자의 7가지 실패 패턴을 짚고 매수 전에 “왜 사는가”, “어떤 신호가 나오면 내 판단이 틀린 것인가”를 미리 적어두는 방식으로 잦은 매매가 수익을 갉아먹는 악순환을 끊자는 취지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기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기업 탐방’을 개인도 따라 할 수 있게 풀어낸 90일 실전 매뉴얼이다. 관심 종목 선정, 공시·IR 자료 정리, 질문지 작성, 기업 탐방 준비, 투자 판단 체크리스트 작성까지 90일 동안 따라 할 수 있는 절차로 구성했다.
챗GPT·클로드 같은 생성형 AI로 자료를 미리 정리하는 45분 루틴은 오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실전아이템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2차전지, 제약·바이오, K-콘텐츠 등 업종별로 꼭 봐야 할 핵심 지표도 함께 짚어준다.
저자 이재준 대표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 시작해 투자자문사 애널리스트와 대표를 거쳤다. 현재는 액셀러레이터 바로운파트너스를 이끌며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기업공개(IPO) 실무를 돕고 있다. 상장사와 투자자, 양쪽 실무를 두루 겪은 이력 덕분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조언이 책 곳곳에 담겼다.
이 대표는 “주식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숫자를 몰라서가 아니라 숫자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90일 매뉴얼을 따라가다 보면 누구나 자기만의 질문 목록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증시 활성화 정책이 이어지고 부동산에 쏠렸던 자금을 증시로 유도하는 정책 흐름이 계속되는 지금이야말로 개인투자자에게 자신만의 분석 절차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질수록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시장을 따라가는 투자자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검증하는 투자 절차를 만들고 싶은 개인투자자에게 실용적인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형연 기자(jh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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