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김범석(사진) 쿠팡Inc 의장을 그룹 총수(동일인)로 지정하려던 공정거래위원회의 계획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쿠팡이 제기한 총수 지정 효력 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쿠팡은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총수 일가의 주식 거래 내역 등을 공개해야 하는 깐깐한 규제 압박에서 당분간 벗어나게 됐다.

법원이 김범석 쿠팡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 효력을 14일 정지했다. 효력 정지 기간은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30일까지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권순형)는 이날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동일인 변경 지정과 관련해 손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쿠팡)에게 발생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신청 일부를 인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공정위가 지난 4월 8일 쿠팡 측에 김 의장에 대한 자료제출을 요청한 처분의 효력도 같은 기간까지 정지된다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 29일 그동안 쿠팡 법인으로 돼 있던 쿠팡의 동일인을 자연인 김 의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

김 의장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쿠팡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으므로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요건에서 벗어났다는 취지다.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쿠팡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에 쿠팡 측은 "김유석씨는 물류 전문가로서 관련 업무를 수행했을 뿐 결재권이나 승인권을 갖지 않았고 쿠팡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김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불복소송을 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쿠팡은 본안 판결 전까지 김 의장과 친족 등이 보유한 국내외 회사 주식 현황과 거래 내역 등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동일인 지정 처분의 적법성은 향후 본안 소송에서 가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본안 소송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한미 통상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미국 측이 쿠팡에 대한 규제를 자국 기업 차별 문제로 바라보는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번 판결정이 한미 통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면서 "오히려 효력 정지 기간에 쿠팡 제재를 차별로 보고, 불공정 문제로 삼는 미국 정부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어차피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불공정 프레임에 어떤 전략으로 맞설지 멀리 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성균관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도 "이번 법원 결정은 통상 정책 담당자들이 내린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 통상 문제를 해결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과 함께 쿠팡에 대한 제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집행정지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향후 본안 소송에서도 공정위가 동일인 지정의 정당성을 충분히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법원이 효력 정지를 통해 공정위에 1차 제동을 걸고, 본안 소송에서 동일인 지정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법리로만 판단했을 때 공정위의 쿠팡 제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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