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4일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절호의 기회를 활용해 세계 어떤 나라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수치로 구체화한 것이 '3·4·5 비전'이다. 1%대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고,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세계 5위 수준인 수출은 4강으로, 4만달러에 근접한 1인당 국민총소득은 5만달러로 한 단계씩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야심찬 청사진이라도 이를 뒷받침할 실행 기반이 없다면 또 하나의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3·4·5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무엇보다 기업이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혁신을 주도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고 기술 혁신을 이끌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다. 잠재성장률 3%도, 국민소득 5만달러도 기업의 투자와 혁신 없이는 공허한 숫자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가정신을 되살리는 정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창업을 늘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며,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도전 정신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각종 규제와 경직된 노동시장, 불확실한 정책 환경, 높아진 비용 부담 속에서 적극적 투자보다는 관망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성장 전략을 내놓아도 민간의 활력을 끌어내기 어렵다.
'3·4·5 비전'은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희망만으로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 성장의 주역은 기업이다.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민간의 투자 의지가 되살아날 때 비전은 현실이 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기업이 마음껏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창의성과 도전 의지를 제약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또한 세제와 금융 지원을 통해 미래 산업 투자를 뒷받침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연구개발(R&D) 혁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것이 '3·4·5 비전'을 구호가 아닌 성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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