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코오롱, 약사법·광고법을 위반"
"환자들이 입은 재산·정신적 손해 배상해야"
'인보사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환자와 제조사 간 7년 법정 공방에서 재판부가 환자 측 손을 들어주면서다. '인보사케이주'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로 허가받았다가 주성분이 뒤바뀐 것으로 드러나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치료제다.
14일 법조계와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제기된 'TG-C'(옛 제품명 인보사) 관련 20여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두 갈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주들이 투자손실을 배상하라며 낸 소송에서는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이 잇따르며 코오롱 측에 유리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지만, 인보사를 투약받은 환자들이 제기한 손배소에서는 원고 전부 승소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며 코오롱이 받는 압박이 오히려 커졌다.
법원이 TG-C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화해권고 결정을 내린 것은 총 3건이다. 모두 6월에 결정됐으며 이 중 2건은 주주 소송, 1건은 환자 소송이다.
스페이스에셋 등 주주 220명이 68억원 규모의 투자손실 배상을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 화해권고를 받아들이면서 코오롱생명과학이 지급할 배상금은 사실상 '0원'이 됐다. 이에 따라 인보사 관련 민사소송 건수도 올해 1분기 32건에서 현재 29건으로 줄었다.
코오롱에 유리하게 흘러가던 이 흐름은 지난 9일 나온 판결로 제동이 걸렸다. 법무법인 오킴스가 인보사 투여 환자 139명을 대리해 진행한 소송의 1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품목허가 당시 표시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종양원성(세포가 종양을 형성할 수 있는 성질)이 우려되는 신장유래세포(GP2-293 세포)로 제조된 점에서 제조상의 결함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이 이를 연골 유래세포로 표시해 허가받아 제조·판매한 것은 약사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고,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진료비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위자료)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제조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을 알 수 없었다는 피고 측의 개발위험 항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보사는 2017년 7월 국내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2019년 주성분의 일부가 허가 내용과 다른 신장유래세포임이 확인되면서 그해 4월 제조·판매 중지명령이 내려졌고, 7월 품목허가가 취소됐다.
현재 오킴스는 환자들의 위임 시기에 따라 소송을 세 건으로 나눠서 대리하고 있다. 세 건 소송에 참여한 환자는 2017년 12월부터 2019년 3월 사이 인보사를 투여받은 900여명이다. 이번 판결은 이들 중 139명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2건은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엄태섭 오킴스 변호사는 "아직 하급심이고 각 재판부가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어서 긍정적 기대를 하기엔 다소 조심스럽다"면서도 "세 건 재판 모두 같은 결론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부담이 커진 코오롱으로선 미국 임상 3상의 긍정적 결과가 더욱 절박해졌다. 코오롱티슈진이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총 106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두 건을 진행 중이며 이달 중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 측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항소는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2주 안에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임상 핵심지표가 나올지가 관건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들의 쟁점인 고의성 및 성분 자체의 문제성 유무가 임상 결과로 판가름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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