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전제 설정

수출 증가율 목표 4.2% → 40%

‘청년·지방·인재’ 추가세수 집중

호황 꺾일땐 재정계획 차질 커

이재명 정부가 잠재성장률 3%, 수출 세계 4강, 1인당 국민소득 5만달러를 내건 ‘3·4·5 경제 대도약’ 승부수를 띄웠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7% 성장·국민소득 4만달러·7대 경제강국)에 버금가는 대형 성장 청사진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3% 전망부터 중장기 목표까지 사실상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을 전제로 하고 있어 성패가 반도체 경기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가는 경제 대도약 원년 완성’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1%대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3%로 끌어올리고 수출 규모는 세계 4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5만달러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1~4월 한국의 수출 규모는 일본과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 5위로 올라섰다. 정부는 올해 1인당 GNI도 4만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현재의 수출과 소득 증가세를 중장기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p) 높였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6%보다 높은 수준이다.

전망치를 끌어올린 핵심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다. 정부는 올해 통관 수출 증가율을 기존 4.2%에서 40.0%로 대폭 상향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당초 1350억달러에서 역대 최대인 29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높여 잡았다.

반도체 가격 급등은 명목 경제 규모와 국민소득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 올해 경상 GDP 성장률은 12.3%로 1996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지난 5월 반도체 수출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163.3% 오르며 교역조건 개선을 주도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반도체 호황을 단기 수출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키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3대 메가프로젝트’로 지정하고 기업 투자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

수도권 반도체 공장을 조기 완공하고 서남권에 반도체 팹 4기를 구축하는 데 총 800조원이 투입된다. 전국에 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도 민간 투자 유치를 포함해 5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반도체 이후를 대비한 ‘제2의 반도체’ 육성에도 나선다. 제약·바이오와 방위산업, 우주·항공, AI 에이전트, 블록체인 경제 등에 자금을 공급하고 한국투자공사(KIC)는 종합형 국부펀드로 확대 개편한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 세수는 미래대응기금을 통해 청년세대와 성장동력, 지방, 인재 등에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문제는 수출과 기업 투자, 추가 세수의 출발점이 모두 반도체라는 점이다. 반도체 가격과 글로벌 AI 투자 흐름은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운 외생 변수다.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일찍 꺾이면 이를 전제로 짠 투자와 재정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반도체의 온기가 고용과 내수 전반으로 충분히 퍼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0%p 올렸지만 취업자 증가폭은 기존 16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췄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잠재성장률 3%의 구체적인 달성 시점도 제시되지 않았다. 세제 지원과 사업별 재정 투입 규모 역시 후속 세제개편안과 내년도 예산안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구체적인 달성 시기를 찍기는 어렵다”면서도 “도전적이지만 해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정부 임기 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호황에 따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조기에 시행하는 분위기까지 일부 반영했다”며 “지난 1월 2% 초반으로 봤던 설비투자 증가율을 5%로 높이는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다만 여기에는 정책 의지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송신용·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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