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수 있지만, 일부 기술주에 투자 비중이 과도하게 집중된 만큼 저평가된 아시아 시장과 비기술 업종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조슈아 크랩(Joshua Crabb) 로베코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글로벌 시장 전망 간담회에서 "최근 시장 상황이 급변했지만 글로벌 주식시장에는 여전히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이익 전망치 조정도 상당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대만 기술주가 아시아 신흥시장의 이익 전망치 상향을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랩 대표는 기업 이익률 둔화 자체보다 하락 속도가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마진이 낮아지더라도 급격한 이익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히 높다고 봤다. 미국 주식은 추가적인 재평가 여지가 제한적인 반면 아시아 시장은 리레이팅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AI 투자 사이클이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로봇과 자동화 등 '피지컬 AI'로 확산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의 수혜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랩 대표는 "AI가 압박받는 국면에서는 소비재와 헬스케어, 금융 등 다른 업종의 기회가 부각될 수 있다"며 "AI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더라도 이익 성장세가 양호한 기업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에 대해서는 반도체 이외의 경쟁력에도 주목했다. 그는 "한국의 강한 수출 실적은 반도체 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변압기와 조선, 로보틱스 등의 수출 성장세가 증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주도주의 상승세가 둔화하면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크리스 버쿠워(Chris Berkouwer) 로베코자산운용 글로벌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AI 산업의 장기 성장 전망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주가가 빠르게 오른 종목의 비중을 낮추고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기업을 발굴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버쿠워 매니저는 "AI를 모두 버려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AI 관련 기대와 실적 전망은 여전히 강하고 성장 궤도도 앞으로 수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개월간 가격이 빠르게 오른 종목의 비중을 일부 줄이고 헬스케어 등 다른 섹터의 익스포저를 확대했다"며 "AI 비중을 유지하되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한 기업으로 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기업 실적보다 가격 모멘텀과 투자심리의 증폭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 이익 전망이 실제로 하향 조정되기 시작한다면 더 큰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쿠워 매니저는 "현재 극단적인 수준으로 모멘텀과 투자심리가 형성돼 있다"며 "가격 변동 자체보다 기업 실적 전망의 하향 조정 여부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