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반도체 호황에 수출 40% 증가 전망
경상수지 2900억달러…역대 최대 흑자 예상
물가는 2.6%로 상향…취업자 증가폭은 축소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0%로 1.0%포인트(p)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수출과 설비투자를 밀어 올리고 추가경정예산 등 정책 효과가 중동전쟁의 충격을 완충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성장이 반도체에 편중된 데다 물가 전망은 높아지고 취업자 증가폭은 줄어 체감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초 제시한 전망치보다 1.0%p 높다.
정부 전망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5%와 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통화기금(IMF)의 2.6%보다 높다. 주요 기관이 글로벌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올리면서 정부는 수출과 투자의 증가세가 예상보다 강하다고 판단해 전망치를 3%까지 끌어올렸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가 확대된 데 이어 올해 들어 성장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1.8% 늘어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2분기에는 지난해의 기저효과와 중동전쟁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정부는 봤다. 하반기에는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고 전쟁의 부정적 영향도 완화되면서 성장세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을 비롯한 정책 대응도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반영했다.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높인 핵심 배경은 수출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해 통관 수출 증가율은 40.0%다. 당초 전망치인 4.2%보다 35.8%p 높은 수준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가격은 지난 5월 전년 동기보다 163.3% 급등하며 수출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을 이끌었다. 선박과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화장품 등 비IT 품목도 증가세를 보이며 힘을 보탰다.
반도체 생산과 투자가 확대되면서 통관 수입도 20.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수출 증가폭이 수입을 크게 웃돌면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당초 예상한 135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 2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5월 흑자액은 1413억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 흑자액인 1231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내수는 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2.0%로 높아질 것으로 제시됐다. 증시 상승과 소비심리 개선에 정책 효과가 더해져 소비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이란 판단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중심으로 5.0% 늘어날 것으로 제시됐다.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6.6% 증가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반도체 투자가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다만 기계·전기장비와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의 부진은 증가세를 제한할 요인으로 꼽혔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9.7% 감소한 뒤 올해 0.2% 증가하며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택 착공 증가와 반도체 공장 건설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중동전쟁 이후 높아진 공사비와 자재 수급 차질로 회복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명목 경제 규모도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경상 GDP 성장률은 기존 4.9%에서 12.3%로 높아져 1996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만달러에 근접하고 국가채무비율은 50.6%에서 47.0%로 낮아질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반면 성장률 상향이 고용 회복으로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15만명으로 제시했다. 당초 전망치인 16만명보다 1만명 줄였다.
중동전쟁 영향으로 지난 4월 취업자 증가폭이 7만4000명으로 줄었고 5월에는 4만명 감소한 점이 반영됐다. 하반기에는 전쟁 영향이 완화되면서 고용이 점차 회복되겠지만 건설투자 회복 지연과 반도체를 제외한 업종의 부진이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했다.
물가 전망은 성장률과 함께 상향 조정됐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존 2.1%에서 2.6%로 높였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점을 반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2.0%에서 4월 2.6%, 5월 3.1%, 6월 3.2%로 높아졌다. 정부는 하반기에는 중동 긴장 완화와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봤다. 다만 전쟁 협상 양상과 기상 여건에 따른 에너지·농산물 가격 변동성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가 내수와 비IT 산업, 지방 경제로 확산되는지가 향후 경기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호황이 경제 전반으로 번지지 않을 경우 수출과 내수, IT와 비IT,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성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하반기에도 적극적인 재정운용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공기관 투자 규모를 당초 70조원에서 72조원으로 늘리고 정책금융 공급도 633조7000억원에서 638조4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험을 관리하는 동시에 수출에서 시작된 성장세가 소비와 투자, 지역 경제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은 2.2%로 제시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소비와 투자 등 내수로 확산되면서 성장세는 이어지겠지만 올해 높은 성장률과 수출 증가율에 따른 기저효과로 성장 속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40.0%로 예상된 통관 수출 증가율은 내년 1.0%로 낮아지고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245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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