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늘도 내일도 이란 강하게 타격할 것"

"호르무즈 안전은 미국 책임"… 통행료 부과 방침

한 달 전까지는 "국제수로 통행료 부과는 불법"

美, 국제질서 수호자서 파괴 당사자로 변질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이란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면서도 미국도 해협 통항에 통행료를 받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란이 계속 국제 해상교통로를 위협하고 민간 상선을 공격한다며 군사적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사실상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는 불법"이라던 기존 미국의 논리를 180도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늘 밤에도, 내일도 이란을 강하게 때릴 것"이라며 추가 공습을 예고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에게 맞설 능력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큰소리뿐"이라고 주장하며 이란 지도부의 위치를 알고 있으며 제거도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실제로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을 상대로 사흘 연속 야간 공습을 이어갔다. 미군은 이번 작전의 목적이 이란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체결됐다가 사실상 무력화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서도 "시험용 문서였을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는 "합의가 거의 성사된 상황에서 이란 협상단이 전화 한 통을 받고 모두 자리를 떠났다"며 "그들은 합의를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합의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는 남겨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무기화하려는 시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해상봉쇄와 군사공격을 병행할 것이라며 "봉쇄만으로도 효과적이지만 공격과 함께하는 것이 더 강력하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은 그 직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선박과 화물 가치의 20%를 통행료 명목으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을 보호하고 있다"며 "그 보호 비용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군사력을 투입하는 만큼 이에 대한 비용을 국제 해운업계가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이 이란을 향해 내세웠던 논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 정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를 부과하는 것은 국제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종전 협상이 사실상 무산되고 군사 충돌이 재개되자 미국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통행료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더욱이 이는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의 공개 발언과도 배치된다.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국제수로에는 통행료가 부과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어떤 국가도 국제수로에서 통행료나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그것이 국제법"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걸프협력회의에서도 국제수로는 특정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이란의 통행료 부과 시도에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국제법적으로도 불법의 소지가 높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 해협에서의 '통과 통항권'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설령 해협이 특정 국가의 영해에 포함되더라도 선박은 목적지를 향해 중단 없이 항행할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단순히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통행료를 부과하거나 항행을 방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도선이나 구조, 기뢰 제거 등 구체적인 서비스를 제공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비용을 받을 수 있다.

비록 미국이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고 이란 역시 서명만 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지만, 국제수로의 자유로운 항행은 오랜 국제관습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역시 수십 년 동안 이 원칙을 근거로 세계 각국의 해상 통행의 자유를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국제질서를 지키겠다며 군사력을 투입한 국가가 이제는 그 질서를 근거로 자신들이 경제적 대가를 요구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경찰이 해적을 단속하겠다며 출동한 뒤 자신도 통행세를 걷겠다고 선언한 격"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란이 국제수로를 무기화하는 것을 저지한다는 명분은 유지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미국 역시 해협 통제권을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통행료 발언은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할뿐더러 이란의 국제법 위반을 비판할 명분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규화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