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민 69% ‘AI기업 주식 50% 국부펀드로’ 찬성

韓은 이용권 보편화로… ‘모두의 AI’ 프로젝트 착수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인공지능(AI)이 만들어 낼 막대한 이익과 그 핵심 기반을 놓고 'AI 국가주의'가 표면화하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미국에선 AI 기업 주식의 일부를 국가가 소유하고 배당금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국민배당론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은 AI 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은 소버린 AI 추진과 함께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일정 수준의 AI를 무료로 사용하는 '모두의 AI'가 기본 방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로 큰 돈을 번 기업들이 낸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미국 여론조사기업 베라사이트가 성인 16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AI 기업들이 주식 50%를 공공펀드에 이전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에 응답자의 69%가 찬성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강력 지지'가 21%, '어느 정도 지지'가 48%였고 반대는 32%였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18일 발의한 '미국 AI 국부펀드법'이다. AI 관련 연매출이 2억달러가 넘는 기업에 일회성 주식세를 부과해, 신주 납부를 통해 미 재무부가 해당 기업 지분 50%를 보유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샌더스 측은 현재 기업가치 기준으로 펀드 규모가 약 7조달러에 이르고, 매년 자산의 5%를 배분하면 미국민 1인당 연 1000달러 이상을 지급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골드만삭스가 AI 전환으로 미국에서 10년간 약 1500만명의 일자리 상실을 전망하는 등 AI가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고용 불안이 이런 여론의 토양이 됐다.

업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지분 5%를 미국 정부에 제공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최근 논의했다. 기업가치 기준으로는 약 426억달러에 달한다.

앤트로픽·구글·메타 등 주요 AI 기업도 비슷한 지분을 내놓도록 하자는 구상도 거론됐다. 석유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해온 알래스카 영구기금이 모델로 제시됐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인텔 지분 9.9%를 확보하고, 엔비디아·AMD로부터 일부 대 중국 AI 칩 매출의 15%를 받기로 하는 등 기업 지분·수익에 개입한 전례를 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이 AI 기업의 파트너가 되는" 구상을 논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AI 산업 이익의 국민 환원이 정치적 진영을 넘는 의제가 된 셈이다. 벤저민 레프 베라사이트 CEO는 "대중은 AI 공공펀드에 대해 AI 산업의 이익을 더 넓은 사회로 재분배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AI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은 소버린 AI 구현 등 기술자립을 위해 공공자금을 투입해 자체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AI 대륙 행동계획'의 핵심 축으로 총 2000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도하는 '인베스트AI'를 추진하고, 이 중 200억유로를 AI 인프라인 'AI 기가팩토리' 최대 5곳을 건설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AI 기가팩토리는 EU와 소재국이 각각 적격 IT 설비투자의 최대 17%를 지원하고 민간 컨소시엄이 나머지를 부담하는 구조다. 회원국은 적어도 EU 지원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매칭해야 한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집행위원은 "기가팩토리의 과반 소유주가 유럽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AI법 등 규제로 대표되던 유럽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안보 갈등을 겪으면서 투자와 산업육성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한국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와 국가AI컴퓨팅센터 등을 추진하며 소버린 AI 투자·육성에 이미 나섰다는 점은 유럽과 유사하다. 동시에 모두의 AI 정책을 통해 AI의 혜택을 전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미국과도 일부 궤를 같이한다. 다만, 지분이나 현금이 아니라 AI 이용권의 보편화를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모두의 AI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AI와 함께 일하고 배우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시대의 계산기·컴퓨터이며, AI가 촉발할 새로운 경제 구조 속에서 모두가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게 뒷받침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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