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α 세입 발판, 내년 예산 ‘800조 시대’
‘제로 베이스’ 50조 감축… 교부금·연금도 개편
반도체·AI 최우선 투입, 청년과 지방에 집중
박 장관 “나랏빚 걱정 無, 채무 비율 더 낮춘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 국세 수입은 당초 전망 412조원을 훌쩍 넘어 500조원+α, 사상 최대 세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이 같은 유례없는 세입 호조를 발판 삼아 내년 총지출을 올해보다 10% 이상 늘려 잡은 800조원대 규모로 편성, 역대 최대 규모의 확장 재정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장기 추세를 넘어서는 대규모 세수 증가분을 별도의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적극 투자론과 재정 안전판 확보라는 신중론을 모두 수렴해 기금을 마련하겠다며 “청년 세대, 성장 동력, 지방, 인재 등 4대 분야에 단년도 지출 계획을 넘어 집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금의 여유 자금은 향후 경기 변동으로 세수 결손이 나거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요할 때 재정 여력을 적기에 보강하는 안정화 장치로도 쓰인다.
대규모 지출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는 전년도 배에 달하는 50조원 수준의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태스크포스(TF)와 국민 제안을 통해 상시적인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며, 전문가들과 함께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제로 베이스’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재량 지출의 15%, 의무 지출의 10%, 사업 폐지 10%를 감축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다이어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박 장관은 “미래 세대로의 재정 부담을 경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통합 성과평가 결과 저성과로 분류된 사업은 15% 이상 삭감하고, 폐지 사업은 전액을 깎아 2027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수도권 공무원 통근버스를 없애고 17개 부처의 99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전면 검토해 4조원을 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손대기 어려웠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기초연금 역시 메스를 댄다.
이렇게 쥐어짜 낸 재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핵심 프로젝트에 전행 투입된다. 정부가 꼽은 최우선 순위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 3대 메가 프로젝트다. 이외에도 인프라와 K컬처를 결합한 지방 주도 성장, 청년·스타트업·소상공인을 위한 성장 사다리 구축을 통한 양극화 완화, 안전·자주국방·실용 외교를 통한 평화 기반 조성이 중점 투자 방향으로 제시됐다.
박 장관은 “기업의 투자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며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 산업 생태계를 든든하게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돈을 너무 많이 써서 나랏빚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장관은 “분명한 답은 괜찮다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내년부터 재정수지와 국가 채무가 동시에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정부의 5개년 재정 전망에 따르면 2026년과 2027년은 늘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선제적·확장적 투자를 감행하고, 성과가 본격화되는 2028년부터는 지출 증가율을 단계적으로 묶어 재정을 안정화한다. 그 결과 관리재정수지는 매년 당초 계획보다 개선되며, 2030년 국가채무 비율은 기존 2029년 목표치보다 더 낮게 통제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소모적인 재정 논쟁을 종식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국가 신인도를 달성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종=송신용 기자 ssysong@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