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사진 제공=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무관세 확대를 계기로 수입산 멸균우유의 국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수입 제품이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지만, 식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단순히 가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환율과 국제 물류 환경에 따라 가격과 공급 물량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데다, 해외에서 생산·유통되는 제품인 만큼 품질 관리와 공급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생산부터 유통까지 국내에서 관리되는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가 다시 초점을 받는 이유다.

올해 1월 미국산 유제품에 이어 이달부터 유럽산 주요 유제품의 관세까지 전면 철폐되면서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의 가격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가격은 환율과 국제 원유 가격, 해상 운임, 현지 생산량 등 국내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글로벌 물류비 급등과 공급 부족, 환율 상승 등이 겹치면서 일부 수입 제품은 단기간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품귀 현상을 겪기도 했다. 국제 정세와 물류 환경 변화에 따라 공급 물량과 가격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현재의 가격 경쟁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격만큼 중요한 것은 식품 안전성이다. 소비자는 해외에서 생산되는 식품의 생산 과정과 품질 관리 체계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식품보다 원인 파악이나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격뿐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와 공급 안정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폴란드에서 발생한 대규모 우유 품질 조작 사건은 이러한 우려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현지에서는 원유에 물을 섞어 납품량을 부풀리고 검사 결과까지 조직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70여 명이 넘는 관계자가 기소됐으며, 일부 피고인에게는 최근 유죄 판결도 내려졌다. 사건에 연루된 제품이 국내에 수입·유통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이 수입하는 멸균우유 가운데 폴란드산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이번 사건은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서는 예상치 못한 품질 리스크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국산 신선우유는 생산부터 집유, 가공, 유통까지 전 과정이 국내 관리 체계 안에서 이뤄진다. 낙농가와 유업체, 정부가 생산과 유통 전반에 걸쳐 품질과 위생을 관리하고 있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한 추적과 대응이 가능하다. 해외 생산 제품에 비해 생산 이력과 관리 체계를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신뢰하기 쉬운 구조라는 점도 국산우유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신선함 역시 국산우유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라는 평가다. 국내에서 생산된 신선우유는 착유 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가공과 유통을 거쳐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장거리 해상 운송과 장기 보관을 전제로 생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품의 특성과 소비 목적이 다른 만큼 단순한 가격만으로 우열을 가리기보다 신선도와 안전성, 품질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소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실제 우유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국가 식량안보의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의견도 많다. 우유는 국민 식생활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필수 식품인 만큼 국내 생산 기반이 유지돼야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국제 분쟁, 감염병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필요한 식품을 적정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낙농 기반이 유지되면 국제 시장의 가격 급등이나 공급 차질에도 일정 수준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국 국내 낙농을 지키는 것은 산업 보호를 넘어 국민 먹거리와 국가 식량안보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가격 차이만으로 제품을 선택하기보다 안전성과 품질, 공급 안정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소비문화가 필요하다”며 “국내 낙농 기반이 유지돼야 국제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국민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우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아져 국내 생산 기반이 약화되면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며 “국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생산 기반과 신선함을 갖춘 국산 신선우유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서 논설위원(py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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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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