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상장지수펀드(ETF) 거짓·과장광고와 무분별한 상품 모방 경쟁을 자제하고 괴리율 관리 등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의결권 행사율은 개선됐지만 상당수 운용사가 여전히 '복사·붙여넣기'식 공시를 이어가고 있다며 주주권 행사 체계도 직접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고 의결권 행사 및 주주권 행사 체계 점검 결과와 ETF 시장 현안 등을 논의했다.

이 원장은 "ETF를 직접 선택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운용사 광고에 주로 의존하는 만큼 거짓·과장광고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특히 업계에 모범이 돼야 할 대형 운용사에서 이러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고 제작과 자체 심의 과정에서 정확한 투자 정보가 전달되도록 내부 검증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ETF 운용 과정에서도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와 함께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율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운용업계 역시 유사한 ETF를 반복 출시하는 '상품 베끼기' 경쟁을 줄이기 위한 자체적인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TF 시장은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2년 7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97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507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이 원장은 ETF가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은 만큼 자산운용사의 책임 역시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관행은 전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모펀드의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79.6%에서 지난해 91.6%, 올해 91.8%로 높아졌다.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도 같은 기간 5.2%에서 6.8%, 8.2%로 상승했다.

다만 공시의 질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점검 대상 285개 운용사 중 121개사(42.4%)는 전체 의결권 행사의 절반 이상에서 '주주총회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주주권 침해가 없다'는 등의 형식적인 사유를 반복 기재했다.

이 원장은 "다수의 복사·붙여넣기식 의결권 행사 공시는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라며 "의결권 행사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대리인으로서 투자 대상 회사의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과 이행 결과를 보고하는 중요한 창구"라고 말했다. 투자자가 의결권 행사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행사 정책과 공시 체계를 실질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한 내부통제 강화도 주문했다. 금감원 점검 결과 전담조직과 수탁자책임위원회, 핵심성과지표(KPI) 등 내부 관리체계를 갖춘 운용사일수록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기금의 위탁운용사 평가에서 수탁자책임 활동 비중이 확대될 예정인 만큼 CEO가 관련 조직과 성과보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직접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주주권 행사 체계 모범사례로는 삼성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 VIP자산운용이 선정됐다. 미래에셋·교보악사·트러스톤·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에 이어 양호 평가를 받았고 한국투자·KB자산운용은 전년 대비 뚜렷한 개선을 이룬 운용사로 평가됐다.

이 원장은 운용사들이 유망기업을 발굴해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성장의 과실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모험자본 공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공·사모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공시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점검 기준과 미흡·모범 사례 등을 안내할 계획이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이찬진(왼쪽 두번째)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찬진(왼쪽 두번째)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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