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진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뒷받침해온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
12일(미 동부 현지시간)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레이엄 의원실은 이날 성명을 통해 “그레이엄 의원이 지난 11일 저녁 짧고 갑작스러운 투병 끝에 숨졌다”며 유족에게 기도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응급구조 당국은 11일 오후 8시30분쯤 그레이엄 의원 자택에서 흉통 호소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응급대원들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진행한 뒤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미 NBC뉴스는 그레이엄 의원 측 고위관계자가 이날 새벽 고인이 사망하기 전까지 건강이 악화한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날 자사 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할 예정이었다고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내가 아는 가장 훌륭한 인물이자 상원의원 중 한분”이자 “항상 근면했던 진정한 미국 애국자였다. 그레이엄 의원이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고 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너무나 슬프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1955년생인 그레이엄 의원은 1994년 하원에서 당선돼 정계 입문했고, 2002년 상원 당선 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4선째 대표해온 중진이다.
고인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6년 임기 상원의원 5선 도전에 나섰으며 재선 성공이 유력했었다. 그는 상원 예위원장으로 지난 1월 트럼프 행정부 2기 대규모 감세·지출 예산안 통과도 주도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공화당 내 ‘매파’ 보수이자 국방 및 외교 정책에서 핵심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로 꼽혔다. 하원 시절부터 이란 고립과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 등판 후에도 대(對)이란 제재와 군사대응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공격으로 전쟁을 개시한 것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고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도 강경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 직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0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하고, 우크라 방공과 종전을 위한 러시아 제재 계획을 논의하는 등 국제현안에도 관여 중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그레이엄 의원 사후 “이스라엘은 가장 위대한 친구 중 한명을 잃었고 미국은 위대한 애국자를 잃었으며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잃었다”고 추모 메시지를 냈다.
그레이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내 경쟁자였다가 우군으로 떠올랐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트럼프를 후보로 지명하면 우리는 완전히 망할 것”이라며 대선 투표를 거부한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그레이엄 의원 중간선거 지원 유세에서 “경선이 끝난 뒤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됐다. 상원의 어떤 누구보다 날 도와줬다”며 “그는 오랫동안 내 곁에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과 무소속 도합 47석 여대야소였다. 그레이엄 의원 별세로 공화당 1석이 줄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법에 따라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가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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