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동맹으로 꼽혀온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71세에 별세했다.
대이란·대북 강경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온 공화당의 대표적 외교안보 매파가 세상을 떠나면서 미국 정가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레이엄 의원실은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레이엄 의원이 11일 저녁 짧고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1955년생인 그는 1994년 연방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2002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20년 넘게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대표해왔다. 공화당 내 대표적 중진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5선에 도전할 예정이었으며, 공화당 강세 지역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재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평가받아 왔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국 외교·안보 정책에서 강경한 입장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특히 이란의 핵·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꾸준히 주장했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이란 군사 대응에도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다.
북한 문제에서도 강경 노선을 고수했다.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선택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전쟁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국면에서는 주한미군 가족의 철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권의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했지만, 이후 관계를 회복하며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맹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그레이엄 의원 지원 유세에서 “그는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왔다”며 “경선이 끝난 뒤 가장 친한 친구가 됐고, 상원에서 누구보다 나를 많이 도와준 사람”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레이엄 의원의 별세로 공화당의 상원 의석은 기존 53석에서 52석으로 줄어들게 됐다. 민주당과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은 47석을 유지한다. 다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법에 따라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가 후임 상원의원을 임명할 수 있다.
그는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국제 현안에 깊이 관여했다. 별세 직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둘러싸고 백악관과 미 의회에서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응급구조대는 11일 오후 8시 30분께 그레이엄 의원 자택에서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구조대는 현장에서 그레이엄 의원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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