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에 D램·SSD 가격 급등…PC 출하량 4.9% 감소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PC 시장 성장세마저 발목을 잡았다.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상승으로 노트북과 데스크톱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고, 글로벌 PC 시장은 9개 분기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출하량은 줄었지만 제품 가격 인상으로 시장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PC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공급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전통 PC 출하량은 682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7170만대)보다 4.9%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PC 시장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9개 분기 연속 성장 이후 처음이다.

IDC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을 PC 시장 둔화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PC 제조사들이 가능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며 대응했지만, D램과 SSD 등 주요 부품 가격 상승과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제품 생산과 판매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범용 D램까지 수급 불균형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SSD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PC 제조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출하량 감소에도 PC 시장 매출은 증가했다. 제조사들이 부품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소비자 기기 부문 리서치 디렉터는 “이번 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판매 대수와 매출 사이의 괴리”라며 “출하량은 감소하고 있지만 제조사들이 수요 감소 속도보다 빠르게 가격을 올리면서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희비가 엇갈렸다. 레노버는 2분기 166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24.4%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출하량은 전년 대비 2.1% 감소했지만 시장 전체 감소 폭보다 낮아 점유율은 오히려 0.7%포인트 상승했다.

HP와 델은 각각 1300만대, 930만대를 출하했지만 전년 대비 출하량이 9.0%, 5.0% 감소했다. 반면 애플은 670만대를 출하하며 전년 대비 10.1% 성장했고, 점유율도 8.5%에서 9.9%로 확대됐다.

IDC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PC 시장 내 업체 간 격차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형 제조사는 구매력과 공급망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부품 확보에 유리하지만, 중소 업체들은 원가 상승과 공급 부족 부담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IDC는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PC 확산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교체 수요를 늦추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 필리프 부샤르 IDC 소비자 기기 부문 부사장은 “시장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공급망 관리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구매력과 공급업체 관계를 갖춘 대형 제조사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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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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