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과 ‘포스트 사운드 워크숍’ 개최
현직 엔지니어 대상 기술·기준 공유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면 몰입감은 반감되기 마련이다. 소리는 그만큼 배우의 감정과 장면의 분위기, 이야기의 흐름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사와 배경음악, 효과음 등 콘텐츠를 구성하는 모든 소리를 다듬고 완성하는 사람들이 바로 사운드 엔지니어다.
‘스타워즈’의 제작자이자 영화감독인 조지 루카스는 ‘사운드는 영화 관람 경험의 50%’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야기를 전달하고 시청자의 몰입을 이끄는 데 사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넷플릭스 사운드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운드는 콘텐츠의 51%’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극장에서만 영화를 감상하던 시대와 달리 TV와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환경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서 사운드가 시청 경험에 미치는 영향도 더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작품을 재생한 뒤 리모컨을 다시 찾지 않아도 되는 사운드를 추구한다.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음량을 높였다가 갑자기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이 커져 다시 줄이는 일이 반복되면 작품에 대한 몰입은 깨질 수밖에 없다. 좋은 사운드란 시청자가 소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부터 사운드 품질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사운드 엔지니어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제작진에게도 글로벌 수준의 사운드 품질이 요구되고 있지만, 국내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콘진원에서 개최한 ‘포스트 사운드 워크숍’에는 저연차 엔지니어부터 20~30년간 현업에서 활동해온 베테랑까지 100여명의 현직 사운드 엔지니어가 참석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마스크걸’·‘파묘’ 등의 음향감독을 맡은 김병인 넷플릭스 사운드 테크놀로지 매니저와 마크 프랑켄 사운즈 인 싱크 창업자 겸 리드 개발자가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스트리밍 환경에서 콘텐츠 사운드를 제작할 때 필요한 작업 기준과 기술, 사운드 데이터를 활용해 후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에 다이얼로그 사운드 에디터로 참여한 8년차 엔지니어 김주현 씨는 “업계가 스튜디오 중심이라 폐쇄적이고 회사 간 커넥션이 거의 없어 그간 궁금한 점이 생겨도 개인적인 인맥으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며 “주기적으로 새로운 기술이나 기준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면 작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이상 경력의 한명환 웨이브랩 대표도 “국내에서 음향 관련 번역서나 연구 자료가 부족해 해외 원서를 찾아가며 작업해왔고,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며 “종사자들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정기적으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이번 워크숍을 시작으로 창작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사운드 제작 환경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과 기술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K-콘텐츠의 글로벌 성장 뒤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온 창작자들의 헌신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창작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실질적인 교육과 기술 지원을 통해 더 큰 무대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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