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외식과 공연 관람을 줄이고 집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보거나 게임을 즐기는 '집콕' 비용이 크게 올랐다.

OTT 구독료와 게임기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집 밖에서 시작된 '펀플레이션'(Fun+Inflation·여행과 콘서트 관람 등 여가 활동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현상)이 거실까지 번지고 있다. 고물가에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집에서 쉬려는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한 뼘 더 좁혀지게 됐다.

12일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2% 상승했다.

지출 목적별로는 교통 물가가 11.1%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오락·문화(5.4%)가 두 번째로 높았다. 식료품·비주류 음료(2.0%)와 음식·숙박(2.7%)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OTT를 시청하는 것이 여가비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OTT 플랫폼의 구독료가 잇따라 인상되고, 지인 간 계정 공유가 제한되면서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올해 발표한 '디지털 플랫폼의 인플레이션 유발효과 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유료 OTT 이용자의 월평균 지출은 2024년 1만500원에서 지난해 1만909원으로 약 3.9% 상승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올해 3월 미국에서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기존 월 7.99달러에서 8.99달러로 1달러 인상했다. 광고가 없는 스탠다드는 17.99달러에서 19.99달러로, 프리미엄은 24.99달러에서 26.99달러로 각각 2달러씩 올랐다.

넷플릭스 측은 "고품질 엔터테인먼트에 재투자하고 서비스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최근 스포츠 생중계와 비디오 팟캐스트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 국가는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등에 한정됐지만, 조만간 한국에서도 구독료 인상이 적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5월 일부 요금제를 인상했는데, 미국에서 인상한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당시 요금 인상률은 평균 약 27%에 달했다.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국내 요금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부터 동일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이용자와의 계정 공유를 제한했다. 통신사들이 판매하는 OTT 제휴 상품 가격에도 플랫폼의 구독료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독 물가는 더욱 높아졌다.

게임을 즐기는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값이 급등한 여파가 게임기 시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5'가 올해 초 이미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시리즈 X|S'와 닌텐도 '스위치2'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닌텐도는 오는 9월부터 스위치2 본체 가격을 기존 64만8000원에서 75만8000원으로 약 17% 인상할 예정이고, 닌텐도 미국 법인도 스위치2 가격을 약 11% 인상할 방침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OTT 구독료와 게임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최근 고물가가 이어져 더 저렴한 놀거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반복해온 소비 활동이 주던 만족감, 효능감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의 상승 폭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가격 인상은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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