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공감대와 철저한 준비 거쳐 개방해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대합실을 빠져나와 렌터카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제주=연합뉴스]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대합실을 빠져나와 렌터카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제주=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에서 렌터카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을 놓고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제주에서 또다시 뜨거운 논쟁이 될 조짐이다. 해당 문제는 중국인 관광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10여년 전인 2014년에 처음 제기된 이후 제주에선 ‘뜨거운 감자’가 돼 왔다.

가장 큰 돌림돌은 교통안전과 보험·사고 책임 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점이었다.

해묵은 이 논쟁을 다시 점화시킨 이는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다. 박 부지사는 지난 2일 민선 9기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관광객 소비 증대 방안을 묻는 위성곤 지사에게 ‘중국인 렌터카 허용론‘을 끄집어냈다.

박 부지사는 먼저 외국인 개별 관광객의 많은 부분을 중국인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들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지금 렌터카를 이용하지 못 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단기간에 몇 시간 연수를 시켜서 운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규제 완화 차원에서 한번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생중계된 간부회의장에서의 발언은 온라인으로 옮아갔고, ‘사고 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등의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다.

제주도는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4일 “중국인 관광객 렌터카 제한 완화는 검토되거나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방안을 폭넓게 모색하는 과정에 나온 아이디어 차원의 언급”이라며 “단기 체류 외국인의 운전 허용은 국제협약과 법령 개정,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고, 제주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현재 부서 간 사전 논의나 실무적 검토도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인 렌터카 허용론’이 이번에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제주도는 이미 지난 2014년 중국인 개별관광객(FIT)을 유치하려고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 과제로 ‘외국인 관광객 운전허용 특례’를 추진했다. 중국 운전면허증을 가진 단기 체류 중국인에게 신분확인과 간이 학과시험, 교통안전교육 이수 등을 거쳐 제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90일짜리 임시 운전면허를 허용하자는 내용이었다.

특례를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2015년 4월 2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과정에서 무산됐다. 보험 처리 준비 미흡과 교통안전 우려 등이 이유였다. 그 이후에도 ‘중국인 렌터카 허용’ 문제를 두고 논의와 논쟁이 10여년간 몇 차례 이어졌다.

최근 관광업계도 중국인 렌터카 허용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10여년 사이 중국 관광시장이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 중심으로 급변, 관광객들이 자유로운 이동 수단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광 환경을 바뀌었지만 제도와 정책 차원의 핵심 문제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중국은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하는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제네바협약)에 가입돼 있지 않다. 따라서 중국 운전면허만으로 국내에서 운전할 수 없다. 중국 면허는 국제운전면허증처럼 표준화된 검증 수단이 없어 현재로선 면허 진위 확인과 보험 가입 구조, 사고 운전자 출국 시 피해 보상을 담보할 방법이 없다.

다만, 형평성 관련 부분은 고려해야 할 부분에 속한다. 현재 한국인은 중국에서 임시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렌터카를 운전할 수 있다. 따라서 한중 간 ‘비대칭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에선 허용론에 힘이 실린다. 경찰청도 이런 차원에서 지난해 중국인 단기 체류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 허용을 검토한 바 있다.

크고 작은 렌터카 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제주의 교통안전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렌터카 교통사고는 2414건으로 26명이 숨지고, 4032명이 다쳤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렌터카 사고 비율은 11.4%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은 제주가 유일하다.

일각에선 10년 넘게 같은 논쟁만 이어지고 있는 렌터카 운전 허용 문제에 관해 이제는 소모적인 찬반 공방 차원에서 벗어나 제도 개선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변화한 관광환경과 법적 제도적 문제 등을 하나씩 짚어보고 행정당국과 도민과, 관광업계, 전문가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건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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