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대출 증가 목표 80% 소진… 하반기 관리 총력
주담대 한도 반토막·모집 중단… 대출 문턱 갈수록 높아져
빚투 수요 신용대출로 이동… 대기성 자금도 빠르게 증발
주요 은행들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조기 초과 달성하면서 신규 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가 반토막 나는 등 대출 문턱이 전례 없이 높아지면서 증시 랠리에 올라타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리며 가용 자금이 급속도로 마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대은행 중 3곳, 연간 목표치 초과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 잔액이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하반기 은행권 대출은 '셧다운'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정책대출 제외)은 지난 9일 기준 648조3607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3조3907억원 증가했다. 이는 연초 당국에 제출한 연간 증가액 목표치(약 4조3400억원)의 80%에 육박하는 수치다.
5대 은행 중 3곳은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섰다. 특히 A은행은 목표치의 1.3배에 달하는 잔액을 기록 중이다. 한도에 여유가 있던 D은행마저 최근 증가세로 돌아서며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이달 안에 모든 은행이 목표치를 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목표치 초과에 직면한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 차단벽을 높이며 선제적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택구입자금 대출 최대한도를 기존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시중은행이 정부 상한(6억원)을 자체적으로 더 낮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대출모집인 채널을 닫았고 10일부터는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을 제한해 실질적인 대출 한도를 줄였다. 하나은행은 다음달 실행분 대출모집인 접수를 중단한 데 이어 10일부터는 9월 실행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 접수까지 중단하며 빠른 속도로 모집인 한도를 닫았다.
타 은행으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이 가시화할 경우 나머지 은행들도 언제든 유사한 대출 옥죄기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빚투' 늘자 신용대출·마통 폭증
은행권의 주담대 옥죄기와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 인상이 맞물린 상황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빚투' 목적의 신용대출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4518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781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폭(1968억원)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9일 기준) 682조9965억원으로 6월 말 대비 무려 39조2962억원이 급감했다. 이는 2020년 5월(-72조2166억원) 이후 6년 2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빚투 수요가 몰리자 마이너스통장(마통) 개설 수도 폭증하고 있다. 5대 은행의 마통 실사용 잔액은 두 달 새 3조5000억원 이상 늘었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마통 대출 잔액은 총 41조344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고객이 설정된 한도 안에서 실제로 빼서 쓴 금액이다. 이 중 40대와 50대의 대출 잔액 합계는 약 27조원으로 전체의 65.5%를 싹쓸이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의 마통 잔액이 15조7355억원으로 전체의 38.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가 11조3441억원(27.4%), 30대 8조7845억원(21.2%), 60대 이상 4조4858억원(10.9%) 순이었다. 20대 잔액은 9945억원으로 전체의 2.4%에 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 투자와 부동산 구매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40대와 50대에서 작년 중반을 기점으로 대출 잔액이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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