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축구, 32년 전 있었던 월드컵 축구의 비극 벌써 잊었나.
콜롬비아 축구 대표 선수가 스위스와의 월드컵 16강 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8강행이 좌절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에게 쏟아지는 비난 세례를 뒤집어쓰고 있다.
그는 ‘돌아오면 죽이겠다’는 협박에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편을 타지 못했다.
이에 콜롬비아축구협회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어떤 선수도, 또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도 국가를 대표해 스포츠 무대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협박이나 위협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며, 스위스와의 경기 이후 하민톤 캄파스(26)와 그의 가족을 겨냥한 신변에 대한 위협을 강력히 규탄했다.
협회는 또 “캄파스와 그의 가족, 콜롬비아 국가대표 선수단에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면서 수사 당국에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밝혀내 처벌할 것을 요청했다.
앞서 지난 8일 열린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 프로팀 로사리오 센트랄에서 뛰는 미드필더 캄파스는 이날 후반 21분 교체로 투입된 뒤 연장 후반 5분 상대의 패스 실수를 틈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그의 왼발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결국 콜롬비아는 스위스와 연장전까지 0-0으로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8강행이 막혔다.
경기가 끝난 뒤 캄파스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비난의 글이 쇄도했도, 심지어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왔다. 캄파스는 SNS 댓글을 차단했다.
그는 신변 안전을 우려해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귀국하는 항공편을 타지 않았다고 한다.
캄파스는 SNS에 그라운드에서 앉아 괴로워하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과도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콜롬비아 국민으로서 느끼는 슬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안다. 모두가 바랐던 기쁨을 전해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축구는 어려운 순간들도 함께하는 스포츠다. 지금은 이번 경험에서 배우고, 다시 일어나 더 강해지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존중만큼은 절대 잃지 말아달라”면서 “어떤 열정도 증오를 정당화하거나, 누군가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게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의 축구 역사에는 32년전에 있었던 월드컵 관련 참극이 아직도 생생하게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콜롬비아는 수비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미국과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넣는 바람에 1-2로 졌고, 일찌감치 짐을 싸야 했다.
이 일로 인해 에스코바르는 팬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고, 귀국 후 고향인 안티오키아주 메데인에서 총격을 받고 숨졌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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