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플래그십 SUV로 편안하게
스포츠 플러스에선 AMG 스포츠카
성인 6명도 거뜬한 넉넉한 공간
스포츠 플러스(Sport+) 모드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뒷좌석에서 동시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굵직한 V8 배기음이 실내를 채우고, 2.6톤이 넘는 거대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도로에 몸을 붙인 채 앞으로 튀어나갔다. 조금 전까지 6명이 편안하게 타고 이동하던 플래그십 SUV라고는 믿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메르세데스-AMG GLS 63 4MATIC+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 반전이었다. 평소에는 플래그십 SUV답게 넉넉한 공간과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운전자가 원하면 언제든 AMG 스포츠카의 얼굴을 드러냈다.
최근 올해 1월에 출시된 플래그십 SUV 'GLS'의 고성능 모델인 AMG GLS를 시승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광주시 곤지암리조트 왕복 약 180㎞를 주행하며 지인들과 함께 이 차의 매력을 조목조목 살펴봤다.
운전에 앞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과연 내가 이 차를 제대로 운전할 수 있을까'였다. 전장 5245㎜, 전폭 2030㎜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체구가 작은 기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고, 좁은 도로나 주차장에서 부담이 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높은 시트 포지션 덕분에 전방 시야가 넓었고, 스티어링은 예상보다 가볍고 부드러웠다.
거대한 차체가 주는 위압감과 달리 운전은 편안했다. 오히려 묵직한 차체가 주는 안정감 덕분에 고속에서도 심리적인 부담이 적었다.
AMG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플래그십 SUV다운 품격이 먼저 느껴졌다.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을 때는 '고성능차'라는 긴장감보다 고급 SUV를 운전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적응형 댐핑조절 기능을 갖춘 AMG 라이드 컨트롤 플러스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고, 요철을 지날 때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대형 SUV 특유의 출렁거림보다는 고급 세단에 가까운 승차감이 인상적이었다. 실내 공간 역시 플래그십 SUV다운 여유를 보여줬다.
성인 6명이 함께 탑승했는데 1열과 2열은 머리 공간과 무릎 공간 모두 넉넉했고, 덩치 큰 성인이 앉아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었다. 여러 명이 함께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에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공간이었다.
2열에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MBUX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돼 장거리 이동 중 영화를 보거나 콘텐츠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관심이 갔던 것은 3열이었다. 대형 SUV라고 해도 3열은 비상용이나 짐칸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앉아보니 2열 시트를 적절히 앞으로 조절하면 성인도 충분히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다만 장시간을 이동하기에는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다. 어린 자녀나 단거리 이동 위주라면 만족도가 높겠지만, 성인 기준 장거리 여행에서는 1·2열에 비해 편안함이 떨어졌다. 중후하고 편안했던 차는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순간 완전히 야수로 변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조용하고 안락한 패밀리 SUV였다면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이름 그대로 AMG가 됐다. 가속 페달을 밟자 4.0ℓ V8 바이터보 엔진이 거침없이 힘을 쏟아냈다. 배기음은 묵직하면서도 존재감이 분명했고, 거대한 차체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앞으로 치고 나갔다.
함께 탑승한 지인들이 탄성을 질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단순히 속도가 빨라서가 아닌 몸으로 전달되는 가속감 자체가 예상보다 훨씬 강렬했기 떄문이다. 최고출력 612마력, 최대토크 86.7㎏·m를 발휘하는 엔진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2초 만에 도달한다.
숫자로만 봐도 웬만한 스포츠카와 비교해 손색없는 수준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차체 움직임이었다. 덩치 큰 SUV는 급가속이나 코너에서 차체가 크게 기울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GLS 63은 달랐다.
차가 노면을 단단히 움켜쥔 채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스티어링을 돌리는 만큼 차체가 자연스럽게 따라왔고, 고속 코너에서도 롤링은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액티브 롤 안정화 시스템과 AMG 퍼포먼스 4MATIC+ 사륜구동 시스템이 왜 적용됐는지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실내는 퍼포먼스뿐 아니라 편의사양도 플래그십 모델답게 채웠다. AMG 전용 나파 가죽 시트와 AMG 퍼포먼스 스티어링 휠, 2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했고, 앞·뒷좌석 통풍·열선 시트와 멀티컨투어 시트,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 등은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덜어줬다.
운전의 즐거움과 탑승자의 편안함을 모두 고려한 구성이었다.
총평을 하자면 AMG GLS는 평소엔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플래그십 SUV였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에는 운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고성능 AMG로 변했다.
2억1000만원이라는 가격과 리터 당 6.3㎞의 연비는 결코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플래그십 SUV의 공간과 안락함, AMG 특유의 퍼포먼스를 모두 원하는 소비자라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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