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89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5월 증가액(6조9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 폭은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가장 컸다. 전달보다 4조3000억원이나 불어났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 역시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3조3000억원 늘어났다. 집값 상승 기대와 증시 과열이 맞물리면서 주담대와 '빚투'(빚내서 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위험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빚을 내 집과 주식에 투자하는 행태는 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수익을 키우지만, 시장이 흔들리면 손실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다. 집값과 주가가 하락하면 과도한 차입은 가계와 금융시스템 전체를 위협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시장의 기대 심리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도 '결국 집값은 오른다'는 믿음이 남아 있다면 차입을 통한 투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대출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막차 수요가 몰리고, 규제가 시행된 뒤에는 풍선 효과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증시에선 특정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을 중심으로 투기적 거래가 확산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일상화되고 있다. 집을 담보로 빚을 내고, 신용을 동원해 주식에 투자하는 '빚의 연쇄'는 작은 충격도 금융 불안으로 번지게 하는 위험 요인이다. 가계부채 관리가 또 시험대에 올랐다.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은 대출 규모가 아니라 왜곡된 투기 심리다. '빚을 내 투자하면 돈을 번다'는 잘못된 믿음이 시장을 지배하는 한, 어떤 대출 규제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투기 심리의 불씨부터 확실히 꺼야 한다. 정부는 대출을 조이는 데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주택 공급, 일관된 부동산 정책,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규제 등으로 투기 수요를 근본부터 차단해야 한다. 부동산과 주식을 빚으로 떠받치는 상황은 오래갈 수 없다. 투기 심리를 꺾고 건전한 투자 문화가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야말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그리고 가계의 미래를 함께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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