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맹모(孟母)’들의 가성비 베이스캠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10억원 이하로 거주할 수 있었던 은마아파트가 최근 강남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으며 재건축 8부 능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8년 착공을 목표로 4400여가구에 달하는 매머드급 이주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인근 단지와의 극명한 전셋값 격차를 감당해야 하는 세입자들과 학부모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10일 오후 방문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에는 ‘사업시행인가 완료’를 자축하는 붉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재건축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낮 시간에도 고질적인 주차난으로 이중주차된 차량이 빽빽한 이 노후 단지는 이제 최고 49층, 5850가구의 초대형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준비를 마쳤다.
1979년 준공된 4424가구의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3년 재건축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무려 20년 넘게 재건축 추진이 표류해 왔다. 그러나 2023년 조합설립인가, 올해 2월 통합심의를 거쳐 지난 2일 강남구가 사업시행계획을 인가하면서 마침내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조합은 향후 관리처분계획 인가와 이주·해체공사를 거쳐 2028년 착공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갖게 됐다.
재건축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자녀 교육’만을 바라보고 불편한 주거 환경을 감수해 온 세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대치동에서 은마아파트를 제외하면 10억원 아래의 아파트 전세 물건은 씨가 마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대치동을 떠날 수 없는 학부모들로선 당장 몇 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실제 은마아파트의 전셋값은 전용 84㎡ 기준 7억~8억원대 수준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 전셋값은 17억~18억원에 달하며, ‘대치삼성1차’ 역시 올해 신규 계약이 14억~15억원대에 체결됐다. 옆 단지로 이사하려면 당장 7억~10억원이 더 필요한 셈이다.
업계는 은마아파트의 이주가 막을 올리면 대치동 일대 전셋값의 ‘도미노 폭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은마는 전셋값이 7억~8억원대인 반면 주변 지역은 작은 평수도 11억~12억원 수준에 달한다”며 “학군지 수요는 외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그나마 가격 차가 적고 인접한 ‘우선미’(개포우성·선경·미도) 단지 등으로 수요자들이 이동하면서 해당 단지들의 전세 가격을 크게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용 84㎡ 기준 11억~13억원 선인 선경 1, 2차 등이 1차 타깃이 될 전망이다.
반면, 현지 중개업계 일각에서는 강남 특유의 자금 동원력으로 대란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은마 세입자 중에도 대출이나 현금 여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주변 단지로 흡수될 것”이라며 “과거 개포동 재건축 이주 당시에도 우려가 많았지만 시장이 소화해 냈고, 학군 목적이 아닌 일반 거주 집주인들은 타 지역으로 이주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만큼 치명적이진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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