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1승 2패 예선 탈락으로 ‘북중미 월드컵 최악의 다섯 팀’에 선정된 것은 한국 축구 거버넌스의 실패다. BBC가 “누적된 행정 실패가 드러낸 위기”라 하고, 박지성이 “우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이유다.

당장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땅에 떨어졌다. ‘국가원수에게 찍힌 남자’로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가족에게 돌아간 것이 ‘사실상의 망명’으로 받아들여진다.

홍명보 전 감독 개인의 책임으로만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다. 벤투는 “한 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팀의 경기 방식을 구축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2년 이후 10명이 넘는 국가대표 감독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4년의 시간을 함께한 벤투 이후에만 감독대행 포함 4명의 사령탑이 거쳐갔다.

월드컵 실패는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철학을 바탕으로 명확한 우리의 ‘축구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최종 결과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회장의 13년과 북중미 월드컵을 향한 지난 4년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홍명보 전 감독은 2024년 7월 선임 때부터 절차의 공정성 논란을 겪었다. 당시 심층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 선임을 주관하는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퇴하기도 했다. 협회는 분명한 감독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했고 여론에 따라 후보군은 계속 바뀌었다.

밀실 행정과 독단적 의사결정의 폐해가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정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공감을 얻는 사례다. 회장과 사석에서 관련 대화를 나눈 뒤 영입 절차가 진행되었다고 알려진 클린스만 사례는 감독 선임에 회장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의심받는다.

따라서 월드컵 예선 탈락은 한국 축구 거버넌스의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하여 이해하고 분석하며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감독 선임부터 대표팀 운영과 사전 준비 및 지원 그리고 협회 운영 등 켜켜이 쌓여온 숱한 모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물이 이번 월드컵 실패이기 때문이다.

홍 전 감독의 밀실 선임은 거버넌스와 시스템의 붕괴를 상징한다. 기술총괄이사가 전력강화위를 무력화한 채 독단적으로 감독을 낙점했고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내부의 목소리는 묵살당했다고 한다. 문체부가 협회 감사를 통해 회장과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자격정지 징계를 권고했다.

거버넌스의 붕괴는 리더십 실패로부터 출발한다. 무능과 독단의 정몽규 체제 13년은 사유화된 협회의 거듭된 오판과 시스템 파괴의 연속으로 평가된다.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는 곳에서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대학 출신이 협회와 축구를 좌지우지한다”는 말까지 나오며 고졸 학력의 모리야스 일본 대표팀 감독 사례가 소환된다. 서로를 챙겨주는 끈끈한 인맥 사회가 때론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국가를 뒤흔드는 중대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아시아 최초의 프로 리그를 일본보다 10년 앞서 출범시킨 한국 축구가 정몽규 재임 기간 일본에 뒤진 것은 리더십 실패의 결과다. “서울의 혼란은 도쿄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방식과 극명한 대조”라는 비판은 뼈아프다. 일본은 모두가 함께 하는 100년 비전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축구를 모르는 한 사람의 변덕에 따라 감독이 선임된다는 조롱까지 이어진다.

핵심은 리더십이다. 조직을 하나로 묶어 모두가 함께 전진하기보다 과거로 향하며 분열시키고, 믿음과 존중보다 감시와 멸칭을 앞세우고, 자율과 창의적 협업보다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조직 문화를 이끈 리더십의 한계가 오늘 우리가 목격한 월드컵 실패의 결과다.

한국 축구 거버넌스의 재구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박지성이 “한국이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최소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견뎌내야 한다. 4년마다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도돌이표 축구’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벤투는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본이 어떤 축구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찾았고 오랜 기간 강력한 조직력을 구축한 사례가 있다. ‘우리는 이것으로 승부한다’게 핵심이다.

거버넌스의 재구성은 리더십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기존 시스템을 깨고 축구판을 바꿀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한국 축구의 정체성을 찾는 장기 전략과 행동 계획을 마련하는 시스템과 거버넌스로 회장 개인이나 집행부의 임기 등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구조를 만드는 리더십이다. 구성원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바탕으로 상호 작용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리더십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한 사람의 능력과 의지가 아니라 좋은 거버넌스의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지속하며 상황에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업데이트 할 수 있는 리더십에 달려있다.

눈을 돌려 정치판을 보자. 대한민국 공동체 거버넌스의 두 축 여야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리더십 재구성의 문 앞에 선다. 서로를 “귀염둥이 장동혁”과 “정청래 연임 응원”으로 격려한다. 동시에 한쪽은 “적통 논쟁”에 바쁘고 다른 한쪽은 “징계 정치”에 빠져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축구 청문회’를 계획 중이다.

축구 여론이 나빠진 것은 정치적 영향 탓이다. 과열된 여론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무능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여 국민 분노를 부추긴 최고 권력자의 태도도 있었다는 지적에 놀란다. 대중의 불만과 정의감을 자극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나 권력 유지로 연결시키는 수법은 어떤 의미에서는 북한의 강권적 통치보다 더욱 교묘하고 뿌리 깊다는 비판에는 입을 다문다. 우리 공동체의 거버넌스와 리더십이 나와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축구보다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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